미·이란 중재, 왜 파키스탄이?…트럼프 '노벨상 추천'한 특수관계가 지렛대

기사등록 2026/03/31 14:30:51 최종수정 2026/03/31 16:30:26

이란과 '형제국'이면서 트럼프와는 '밀월'…핵보유국의 이색 행보

[이슬라마바드=AP/뉴시스]파키스탄의 사이드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 파키스탄이 12일(현지시각) 그에게 평생 기소 면책권을 부여하고 사법부 독립을 무력화하는 헌법 개정을 채택했다. 2025.11.13.
[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미국과 이란이 최고위급 지도자 암살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정면 충돌하며 전면전의 포화 속에 휩싸인 가운데, 핵보유국 파키스탄이 양측을 오가는 핵심 중재자로 나서며 국제 사회의 이목을 끌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영국의 BBC에 따르면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군 총사령관(원수)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무니르 원수를 "가장 좋아하는(favorite) 원수"라 부르며, 그가 누구보다 이란을 잘 알고 있다고 평가해 왔다. 파키스탄은 이란과 약 900km의 국경을 맞댄 이웃이자 종교·문화적으로 깊은 유대감을 가진 '형제 국가'로 통한다.

파키스탄이 이처럼 중재에 적극적인 이유는 자국의 생존과 직결된 경제 및 안보 위기 때문이다. 최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파키스탄 내 휘발유 가격은 약 20% 폭등했다. 정부는 연료 절감을 위해 공무원 4일 근무제까지 도입했으나,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경제적 압박을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파키스탄은 서부 국경 전체가 전쟁터로 변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현재 파키스탄은 서북쪽 접경지에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과 사실상 전면전 수준의 교전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남쪽 이웃인 이란까지 적으로 돌리게 되면, 서부 국경선 전체에서 동시에 적을 맞이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 동쪽 숙적인 인도와의 대치에 군사력을 집중해야 하는 파키스탄으로서는 서쪽 양방향에서 공격받는 '양면 전쟁'의 늪을 반드시 피해야만 하는 처지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03.17.
이 때문에 파키스탄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유대감을 외교적 지렛대로 활용하는 밀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인도와의 분쟁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을 근거로 그를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하는 등 이른바 '플래터링(아부) 외교'를 통해 워싱턴의 신뢰를 쌓아왔다. 이는 이란을 설득할 수 있는 동시에 미국 측의 요구도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가교'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외교장관은 이날 중국을 방문해 왕이 외교부장과 중동 사태를 논의하는 등 셔틀 외교를 가속화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중재가 성공할 경우 파키스탄이 글로벌 외교 무대의 주역으로 부상하겠지만, 양측의 깊은 불신을 고려할 때 '순진한 도박'으로 끝날 위험도 적지 않다는 신중론이 제기된다고 B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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