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 수급 차질…페인트·창호·레미콘 비용↑
준공 후 미분양 3만호 넘겨…건설사 자금 경색
"물가 변동 공사비 반영을…공급망 원가 관리도"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로 유가 상승, 원자재 수급 리스크, 고환율이 겹치며 건설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지방의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이 3만호를 넘기며 건설사들의 자금 경색이 심화될 전망이다.
3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주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힐스테이트 메디알레) 재개발 조합을 포함한 전 현장에 공기 연장, 공사비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유가가 오르는 데다가, 석유화학 원자재 나프타(납사) 수급 차질이 겹치며 협력사가 주요 자잿값을 10~40% 올렸다는 것이다.
실제 나프타는 페인트, 창호 등 건축자재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원료다. 더욱이 핵심 골재인 레미콘에 들어가는 혼화제 역시 나프타를 분해해 생산하는 에틸렌이 들어간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공정에 맞춰 6~8개월 전에 미리 공급 계약을 맺어두지만 원자재 비축은 이 협력사들의 몫"이라며 "더욱이 협력사들이 한 건설사와만 계약을 맺는 게 아니라 전 현장을 상대하는 탓에 넉넉하게 비축을 한다고 해도 수급 지연이 길어지면 동이 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유가 상승도 당장 건설현장에서 체감되는 부담거리다. 한국석유고사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평균 경윳값은 전날보다 7.49원가량 오른 리터(ℓ)당 1880.72원으로 집계됐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유가가 20% 오르면 토목 공종 원가는 7%, 건축공종은 4% 오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건설 중장비에 쓰이는 유류비(경유) 부담이 커지고, 석유화학제품 비용도 오르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고환율도 건설사의 불안요소다. 건설업의 수입 의존도는 3.4%로 농림어업(3.3%), 서비스업 등(4.1%)과 같이 타 산업 대비 낮은 수준이지만, 환율 상승으로 중간재 가격이 오르면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이른바 '악성 미분양' 적체가 건설사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전월(2만9555가구) 대비 5.9% 늘어난 3만1307가구로 14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특히 전체 물량의 86.3%(2만7015가구)가 비수도권에 몰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해부터 지방 미분양 주택 1만호를 대상으로 준공 전 미분양 주택에 대해 분양가 최대 50%의 자금을 지원하는 미분양 안심환매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일반 미분양은 감소하고 있지만, 악성 미분양은 도리어 쌓이고 있는 셈이다.
준공 후 미분양 증가는 건설사들의 자금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20~100위 중견 건설사 중 분기별 공시를 하는 27개 기업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미청구 공사비와 공사 미수금 규모는 약 8조910억원으로 2024년 9월 말(약 7조2883억원)과 비교해 1년 만에 11%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공사 미수금은 3조7218억원에서 5조2607억원으로 41.3% 급증했다.
김태준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기업은 신규사업의 경우 원가상승을 고려한 수익성 재검토가 시행돼야 하며, 기존에 계약한 공사에 대해 물가 변동에 따른 공사비를 반영해야 한다"며 "정부는 건설자재업체, 건설장비업체, 시공업체로 구성된 공급망 생태계가 상생할 수 있도록 건설산업 공급망 전반의 원가관리 및 업계 간 상생협의를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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