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20년간 나눔 베푼 중국인"…4명 살리고 하늘로

기사등록 2026/03/30 09:09:05 최종수정 2026/03/30 10:41:30

"평소 이식 못 받아 죽음 맞이한 친구 안타까워 해"

[서울=뉴시스] 기증자 김용길씨. (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중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에서 20년 동안 나눔을 베풀어 온 60대 중국인이 삶의 끝에서 4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2월 5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에서 김용길(65)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돼 떠났다고 30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2월 2일 아침에 일어나면서 두통을 호소해 119에 신고한 후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의료진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다. 이후 뇌사 장기기증으로 폐, 간장, 신장(양측)을 기증해 4명의 소중한 생명을 살렸다.
 
김씨는 2008년에 한국에 입국해 영주권을 취득한 중국인으로 한국에서 살면서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작은 일이라도 먼저 나서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이러한 삶의 태도를 잘 알고 있던 가족들은 장기기증에 동의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를 원했다.
 
또 얼마 전 친구가 신장의 기능이 떨어져서 오랜 기간 고생하다 사망했는데, 이러한 일을 겪으며 장기를 이식받으면 살 수 있는데 죽는다는 사실이 마음 아프다면서 삶의 끝에 다른 사람을 위해 기증을 하고 싶다는 뜻을 남기기도 했다.
 
1960년도에 중국 장춘에서 3남 2녀 중 넷째로 태어난 김씨는 학교를 졸업하고 백화점에서 물류 일을 했고, 한국에 입국해서는 식당 일을 하다가 건설업에서 용접 일을 했다.
 
김씨는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고,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여행을 즐겨 다녔다. 힘든 일상에서도 언제나 아내에게는 다정했고, 자녀에게는 튼튼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자상한 아버지였다.
 
김씨의 아내 박인숙씨는 "여보, 나랑 보낸 시간 동안 잘 대해줘서 너무나 고맙고 사랑해. 하늘나라에서 편히 잘 지내고, 늘 그랬듯이 그곳에서도 어려운 사람들 도와주면서 지내.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잘 지내"라고 말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중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따뜻한 나눔을 베풀고 살던 기증자 김용길 님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생명나눔을 실천해 주신 사랑의 마음에 감사드린다"며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기적과 같은 일이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고 밝게 밝히는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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