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유가폭등에 밤 9시 영업종료 지시.. 카이로 철야 영업 타격

기사등록 2026/03/30 09:23:48

밤의 도시 카이로상가 식당 카페 24시간 영업 못해

" 밤 8시 사실상 영업시작인데.." 업계 등 철회 촉구

정부, 관광지만 일부 제외…"불응시 유가 폭등 필수"

[서울=뉴시스]  중동전 여파와 유가 폭등으로 이집트정부가 3월 28일 부터 카이로 등 전국의 야간 영업시간을 단축했다.  사진은 남극에서 발견된 산봉우리 지형과 유사해서 최근 화제가 된 이집트 기자의 피라미드들  . (사진=유토이미지). 2026.03.30.
[카이로(이집트)= AP/ 뉴시스] 차미례 기자 = 이집트 정부가 미· 이스라엘- 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폭등하자 발전소용 유류 소비를 절감하는 절전 수단으로 야간 영업 중단과 축소를 지시,  유명한 카이로의 밤 문화와 상권이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

'잠들지 않는 도시' 카이로도 그 유명한 명성에 타격이 불가피 하게 됐다.

이집트 정부는 주말인 28일 발표한 전국 대상의 지시문에서 모든 상점과 식당,. 카페 등의 폐점 시간을 앞당겨 9시 부터 일찍 문을 닫도록 했다.  이는 가장 중요한 시간에 영업을 할 수 있는 권한에 제동을 건 셈이다.

카이로 시내의 한 카페 주인 유세프 살라(46)는 " 이젠 망했다.  우리의 가장 큰 피크 타임을 빼앗겼다"고 한탄했다.

이번 결정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향한 공격으로 전쟁을 시작한 뒤 최근 몇 주일동안 이집트 정부가 중동과 세계 경제의 타격과 유류난에 대비해서 결정한 명령이다.

이집트는 전쟁 당사국은 아니지만,  아랍권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로 전쟁의 피해를 가장 많이 당하고 있다.  유가 폭등과 해상 운송의 방해와 중단도 거기에 속한다.

영업시간 단축 명령은 카이로 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크고 작은 도시와 대로변, 뒷골목 상권 수십 만 개의 영업 장소에 심한 타격을 입힐 전망이다.  대부분의 식당과 카페,  음료수 판매소 등은 24시간 영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카이로 중산층 동네의 카페 주인 살라는 35명에 달하는 직원의 수를 이미 40% 줄여야 했다고 말했다. 
 
세 자녀의 아빠인 그는 24시간 영업을 계속해왔다.  그는 피크 타임은 보통 초저녁부터 자정을 넘긴 시간까지 였는데 심야 영업이 금지돼서 타격이 크다고 28일 밤 9시( 저녁 7시 GMT) 에 문을 닫으면서 말했다.

실시한지 단 이틀 만에 정부 결정에 춤을 추는 이집트 인들도 있다.  어떤 카페들은 앞 문은 닫은 채  손님들이 안에서 시샤(물담배) 흡연이나 카드 게임, 도미노, 체스 게임을 즐기기도 했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에 조기 영업 종료를 비난하는 글을 올린 사람들이 더 많다.

이집트 최대의 통신사 카이로 24의 마무드 엘맘루크 기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나비 효과가 우리에게서 늦은 밤 시샤 흡연의 평화 마저 앗아갔다"고 소셜 미디어에 썼다.  이는 카이로 시내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동자 계급 주거지를 예로 든 글이다.

다운타운 카이로의 한 상점 주인 아이만 하르비는 정부 당국에게 영업시간을 자정까지 만이라도 늘려달라고 청구했다.  밤 9시 영업 종료는사람들이 퇴근한 뒤 저녁 8시에나 매출이 시작되는 업종상 "지극히 실현이 어려운" 지침이라는 것이다.

정부 지침은 카페나 식당 등 소상업 분야의 일자리 보존이 어려워 실업 사태를 낳게 할 것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카이로=AP/뉴시스] 3월 20일 이집트 카이로 알세디크 모스크 일대에서 수천 명의 무슬림이 '이드 알피트르'(Eid al-Fitr) 기도를 올리고 있다. 2026.03.30.
"야간에 차나 흡연으로 피로를 달래려는 사람들은 갈 데가 없어졌다.  일반 서민들의 일상 생활도 보호해 줘야 한다"며 정부 시책의 번복을 요구하는 업주들도 나오고 있다.

야간 영업 단축은 하루 종일 아무 때나 무엇이든 마음대로 사거나 먹던 카이로, 알렉산드리아 같은 대도시 주민들에게는 특히 타격이 클 전망이다.

실시 첫날인 28일 밤과 29일 새벽에 대도시 거리들은 평소의 활력이 사라지고 음산한 정적만이 감도는 텅빈 거리가 되었다.  그 동안엔 한 달에 한번 씩만 이같은 조기 영업 종료가 실시되어왔다.

영업시간 뿐 아니라 다른 "예외적인 조치"들도 있다.  정부가 카이로 신시가지의 새 행정수도에 있는 정부기관 사무실도 저녁 6시에 문을 닫도록 한 것, 전국의 가로 등과 대형 전광판의 전기를 끄거나 희미하게 광도를 줄이도록 지시한 것도 거기에 속한다.
 
4월 부터는 모든 공무원이 재택근무를 하면서 일주일에 하루 씩만 출근하도록 하는 "예외조치"도 준비되어 있다.
 
하지만 관광국인 이집트의 정부는 외화 벌이와 현금 수입의 주요 재원인 관광지나 관련 시설에 대해서는 에너지 절약 정책을 일부 면제하기로 했다. 

홍해 관광지 샤름 엘-셰이크, 마르사 알람,  남부 관광도시 아스완과 룩소르도 면제 대상지이다.

무스타파 마드불리 이집트 총리는 현재의 대책들은 석유 소비 절감을 위한 것이며,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대안은 유가와 전기 요금의 대폭 인상 밖엔 없다면서 협조를 당부했다.

이집트는 인구 1억800만 명이 연간 200억 달러 (30조 2,800억 원)의 석유제품을 소비하고 있는 나라인데다 대부분 발전소가 석유화학연료를 사용하고 있어,  대 이란 전쟁과 유가 폭등의 직격탄을 맞았다.
 
가솔린 사용량의 28%와 디젤유 45 %를 수입에 의존하는 이집트는 중동 전쟁으로 1월에 비해 유류수입 정부 부담금이 이미 두배 이상 올라 25억 달러 (3조 7,825억 원)에 이르렀다.


◎공감언론 뉴시스 cmr@newsis.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