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친구가 생긴 느낌"…개막 기다린 야구팬들에 잠실이 '들썩'

기사등록 2026/03/28 15:27:32

전국 5개 구장에서 열린 2026시즌 개막전 모두 매진

"잠실구장 마지막 시즌, 먹먹한 느낌…더 많이 찾을 것"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2026 신한 SOL KBO리그가 개막한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을 찾은 만원 관중이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2026.03.28. dahora83@newsis.com

[서울·인천=뉴시스]문채현 김희준 기자 = 자욱한 미세먼지도 야구를 기다려 온 팬들의 열정을 막을 순 없었다. 이날 전국 5개 구장엔 일제히 만원 관중이 들어차며 새 시즌의 시작을 열정적으로 반겼다.

특히 잠실구장이 올해를 마지막으로 문을 닫는 만큼 2026시즌 잠실 개막전은 야구팬들에게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쏠 KBO리그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시즌 개막전에는 2만3750명의 만원 관중이 찾아 자리를 채웠다.

경기 시작 3시간도 더 남은 오전 10시50분께 경기장 외부 매표소 앞엔 길게 늘어선 줄이 이어졌다.

돗자리를 펴고 대기 중인 한 여성 팬은 "인터넷 예매에 실패해서 현장 표라도 구해보려고 줄을 서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매표소 옆 광장에서는 지난 시즌 통합우승을 기념하는 우승 세레머니 포토존이 마련돼 아이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부모들은 밝은 얼굴로 추억을 남겼다.

이날 자녀 김봄(10)양과 함께 잠실구장을 찾은 김재기(44)씨는 "어릴 때부터 LG 팬이었다. 아이도 7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야구장을 다녔다. 지난 시즌엔 10번 정도 잠실구장을 찾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아빠의 손을 꼭 쥔 채 경기장을 찾은 김봄양도 "올해 오랜만에 여기 잠실구장에 와서 야구를 볼 수 있어 너무 기분이 좋다"며 수줍게 웃었다.
[서울=뉴시스] 문채현 기자 = 2026 신한 쏠 KBO리그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개막전이 열리는 잠실구장 앞 중앙매표소에 현장 취소표를 구하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2026.03.28. dal@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김씨는 "겨울 내내 야구를 정말 많이 기다렸다. 날씨 풀리기만을 계속 기다렸다"며 "올 시즌은 잠실구장이 마지막인 만큼 더 많이 경기장을 찾을 것 같다. 야구장으로서 상징적인 의미가 큰 곳이지 않냐. 마지막인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추억은 추억으로 묻고 새로운 구장에서 더 많이 즐기고 싶다"고 기대했다.

특히 이날 경기가 '김현수 더비'로 펼쳐지는 만큼 LG와 KT 팬들 모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까지 8시즌 동안 LG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며 두 차례 통합우승을 이끈 김현수는 올 시즌을 앞두고 프리에이전트(FA)로 KT로 이적했다.

이에 김씨는 "김현수 선수가 타석에 서면 만감이 교차할 것 같다"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잠실구장을 찾은 신채연(24)씨도 "감현수가 상대로 나오면 울컥할 것 같다. 마지막 인사 영상을 보면서 눈물이 났다"면서 "하지만 오늘은 울지 않는다. 이미 다 눈물은 흘렸다. LG가 이겼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라고 냉정한 모습을 보였다.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신씨는 "미세먼지 대비 같은 건 안 한다. 오늘은 그냥 미세먼지를 먹는 날이다. 그냥 응원하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2026 신한 SOL KBO리그가 개막한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 1회초 KT 김현수가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6.03.28. dahora83@newsis.com

KT 팬 역시 잠실구장의 마지막을 바라보며 먹먹한 마음을 드러냈다.

"아직까지 개막이 믿기지 않는다"는 4년 차 KT 팬 한윤희(30)씨는 "야구가 없는 기간 동안 정말 힘들게 기다렸다. 외로웠는데 이제 친구가 생긴 느낌"이라고 개막 소감을 전했다.

그는 올해가 잠실구장에서 경기를 볼 수 있는 마지막 시즌인 만큼 개막전을 꼭 오고 싶었다고도 말했다.

한씨는 "저희 구장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슬프다. 잠실도 추억이 오래된 구장이다 보니 개막전에 일찍 와서 한 바퀴 돌아보면서 '이렇게 생겼구나' '이런 게 있었구나' 느껴보고 싶었다"고 했다.

이날 가장 기대하는 선수로는 신인 이강민을 뽑았다. 한씨는 이미 이강민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현장을 찾았다.

그는 "솔직히 KT에 유격수가 진짜 부족했다. 이강민 선수가 신인으로 와서 너무 잘해줬다. 유니폼도 마킹해서 오늘 처음 입고 왔다. 너무 기대하고 있다"며 한껏 상기된 얼굴을 했다.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2026 신한 SOL KBO리그가 개막한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허구연 총재가 어린이 팬들과 개막 선언을 하고 있다. 2026.03.28. dahora83@newsis.com

시작된 야구의 계절에 인천도 들썩였다. SSG 랜더스와 KIA 타이거즈가 대결한 인천 SSG랜더스필드에도 2만3000명의 관중이 입장해 만원 사례를 이뤘다.

경기는 오후 2시 시작이었지만, 약 4시간을 앞둔 오전 10시께에도 경기장 주변에 적잖은 관중이 눈에 띄었다. 오전 11시부터는 각 행사장에 관중들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관중 입장이 시작되자 지정석이 따로 없는 그린존 입장권을 구매한 관중은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양손에 짐을 가득 들고 질주를 펼쳤다.

경기장을 찾은 SSG 팬 안효원(31)씨는 "개막전은 설렘 그 자체다. 야구장에 도착하자마자 밴드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고, 치어리더와 응원단장도 응원가를 부르고 있어서 개막이 왔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활짝 웃었다.

치열한 예매 경쟁을 뚫고 개막전 입장권을 품에 안은 안효원씨는 "예매 시작과 함께 접속했지만 대기 번호가 3000번대였고, 홈 팀 1루쪽 좌석을 잡지 못했다. 아쉽긴 하지만 3루 지정석 예매에 성공해 올 수 있었다"며 "개막전에 입장한 것만으로 기쁘다"고 말했다.

나란히 앉아 음식과 맥주를 즐기고 있던 SSG 팬 이은미(36)씨와 KIA 팬 김유경(33)씨는 "원하는 자리를 예매하지는 못했지만, 개막전에 오다니 설렌다"며 "야구장은 '낮술'의 재미가 있다. 대낮에 술을 마셔도 눈치가 보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이은미씨는 "김광현 선수가 부상을 당해 아쉽지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활약한 조병현 선수의 마무리가 기대된다"고 응원했고, 김유경씨도 "김도영 선수를 비롯해 지난해 부상을 당했던 선수들이 돌아왔다.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고 선전을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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