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보다 더 무섭다" 복구만 5년…亞 vs 유럽 'LNG 전쟁' 시작됐다

기사등록 2026/03/26 11:00:50 최종수정 2026/03/26 14:18:24

가스 가공 부산물 '헬륨' 공급도 직격탄, 글로벌 반도체·의료산업 후폭풍 예고

[알라이얀=AP/뉴시스] 1일(현지 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산업단지에서 이란의 공습으로 화재가 발생해 연기가 치솟고 있다. 앞서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카타르·바레인·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 등 걸프 지역에 주둔한 미군 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2026.03.02.
[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이란 전쟁의 여파로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국인 카타르의 핵심 시설이 타격받으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붕괴 위기에 처했다. 세계 경제의 안전밸브 역할을 해온 LNG 시장이 전쟁의 직접적인 전쟁터로 변하면서 가스 가격 폭등과 산업 가동 중단 등 전방위적인 충격이 확산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의 공격으로 세계 최대 LNG 생산 거점 중 하나인 카타르 라스라판 시설이 파괴됐다. 이로 인해 카타르 전체 생산 능력의 약 17%가 마비됐으며, 파손된 설비를 복구하는 데 최장 5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카타르 국영 에너지 기업 카타르에너지는 한국, 중국, 이탈리아, 벨기에 등 주요 고객사에 LNG 공급 계약에 대한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다.

물류망 역시 마비 상태다. 세계 LNG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운항이 중단되면서 걸프만 지역 공급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무너졌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정부와 이란이 조기에 종전에 합의하더라도 LNG 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석유보다 훨씬 길고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원유와 달리 LNG는 비상시에 풀 수 있는 전략적 비축분이 거의 없는 데다, 액화 설비는 복구에 막대한 시간과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장치 산업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히 난방비 문제를 넘어 글로벌 산업 전반을 마비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천연가스를 냉각·가공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핵심 부산물인 헬륨 공급망에 비상이 걸렸다. 카타르는 세계 최대 헬륨 수출국으로, 이번 시설 파괴는 반도체 웨이퍼 냉각과 MRI 장비 운영 등에 필수적인 헬륨 수급 불균형으로 이어져 첨단 산업 전반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서상준 기자 = 현대건설은 지난 2006년 8월 카타르 에너지기업인 로열 더치 셸(Royal Dutch Shell)이 발주한 13억 달러(약 1조2350억원) 규모의 카타르 천연가스액화정제시설 핵심공정인 LPU(액화처리공정) 패키지 공사를 준공하고, 지난 22일 라스라판 산업단지에서 준공식을 가졌다고 23일 밝혔다. (사진 = 현대건설 제공) photo@newsis.com
현재 글로벌 LNG 시장은 유조선들이 운항 도중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곳으로 뱃머리를 돌리는 '제로섬 입찰 전쟁'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의 수출길이 막히자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과 호주산 잔여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필사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일 이후 유럽으로 향하던 LNG 운반선 11척이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아시아로 행선지를 변경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디 임시로비치 옥스퍼드대 강사는 "LNG 설비는 극저온을 견디는 특수 설계로 인해 아주 작은 손상도 복구하기 어려운 '악몽'과 같다"며 "가스 시장이 정상화되는 데는 석유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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