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내한한 일본 스타 성우 겸 가수 미즈키 나나 인터뷰
21~22일 서울 세종대학교서 팬들과 만나
국경을 넘어 마음의 문턱을 넘어서는 '목소리의 힘'
지난 21~22일 서울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열린 '나나 미즈키 라이브 비전 2025-2026+ 인 서울'은 그 신념이 국경이라는 문턱을 넘어 마침내 한국의 '진심'과 맞닿은 현장이었다.
미즈키 나나는 '나루토', '원피스', '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 등 인기 애니메이션의 목소리를 맡아온 성우다. 성우 최초 도쿄돔 공연 및 오리콘 앨범 차트 1위, NHK '홍백가합전' 출연 등의 기록을 썼다. 이번이 첫 내한이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한국 팬들의 눈빛과 그에 화답하는 미즈키 나나의 전력투구는 서로의 존재를 가장 정확한 주파수로 확인하려는 필사적인 노력이었다. 디지털의 편리함이 질감을 지워가는 시대에 그녀가 고집스럽게 쥐고 온 '아날로그적 진심'은, 무대 위에서 시각화된 '비전(VISION)'을 뚫고 나와 관객들의 심장에 구체적인 촉감으로 새겨졌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이름 '나나(7)'에 담긴 운명을 77세까지 이어가겠다는 그녀의 다짐은, 무대 위에서 팬들과 나눈 뜨거운 교감을 통해 단순한 희망을 넘어선 '공동의 약속'으로 치환했다.
찰나의 유행이 아닌, 시간이 증명한 견고한 서사가 어떻게 무대 위에서 '마리아주(Mariage)'를 이루는지 보여준 미즈키 나나. 그를 그룹 '방탄소년단'(BTS) 광화문 광장 공연의 열기가 국내를 휩쓴 지난 21일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다음은 미즈키 나나와 주고 받은 일문일답.
-입국 당시 공항에 정말 많은 팬분이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미즈키 나나 씨를 좋아하기 시작한 뒤 무려 16년이나 내한을 기다려온 팬분도 있었다면서요. 한국에서 대환영을 받으셨는데, 기분이 어떠셨나요?
"개인적으로도 한국에 와본 적이 없어서, 이번이 첫 내한입니다. '어떤 곳일까', '어떤 분들이 기다려주고 계실까' 하고 엄청 긴장하면서 왔는데요. 여러분들이 따뜻하게 맞이해 주셔서 라이브를 향해 에너지가 엄청나게 솟구쳤습니다."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라든지, 패션이라든지, 메이크업이라든지, 이미 전 세계가 한국 문화에 굉장히 뜨겁잖아요. 정말 인기가 많죠. 그래서 저도 언젠가 가보고 싶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올 수 있게 된 자체가 기쁘고요. 그런 유행의 최첨단을 많이 접하고 계신 분들이 많기 때문에 라이브를 보여드리는 게 정말로 긴장된다고 할까요. 더 절차탁마해서 스테이지에 서야겠다는 마음입니다."
-같은 날 공연하는 방탄소년단이 한국의 뿌리인 민요 '아리랑'을 이번 앨범 모티브로 삼았는데요. 미즈키 나나 씨도 고향인 일본 에히메현의 니이하마 타이코 마츠리(新居浜太鼓祭り) 노래 '쵸오사쟈'를 커버하기도 하셨잖아요. 미즈키 나나 씨처럼, 방탄소년단처럼 자신의 뿌리와 고유성을 인식하는 건 대중음악 가수에게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특별한 장소라서요. 그 장소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저를 키워준 고향에 은혜를 갚고 싶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좀 더 지역을 활성화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커버하게 됐어요."
-벌써 활동하신지 25년이 지났는데요. 그간 변하지 않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모든 면에서 '전력투구'한다는 점입니다. '다음은 없을지도 모른다'라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요."
"형태가 남는 것, 손에 잡히는 것은 역시 굉장히 멋지다고 생각해요. 책을 예로 들면 지금은 킨들 같은 전자서적으로 볼 수 있지만, 그러면 왠지 머리에 남지 않는 기분이 들어요. 역시 손에 쥔 그 촉감, 자신의 감각을 사용해서 접한 것은 확실히 새겨지기 때문에 음악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요. 음악이나 가사를 제대로 CD에 담고, 그것을 CD 플레이어에 넣어서 들으면 제대로 각인돼 가는 것 같아요. 물론 스트리밍의 편리함도 멋지죠. 어디서든 들을 수 있고, 가볍고 정말 편해서 좋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역시 형태를 남긴다는 것을 더 소중히 여기고 싶어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흘러가 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이런 시대엔 더더욱이요."
-맞습니다. 공연을 보러 가는 과정도 전 공연의 일부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성우로도 활동도 하고 있기 때문에, 팬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는 굉장히 적어요. 그래서 팬들과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같은 곡으로 하나가 될 수 있는 라이브 공간은 특별해요. 또 거기서 팬들의 반응을 봄으로써 다음 창작의 아이디어가 떠오르죠. 역시 직접 서로 닿는다는 것을 소중히 하고 싶고요. 그곳으로 향하기까지의 설렘도 중요하죠. 온라인으로도 라이브를 볼 수 있지만, 역시 생생한 공기를 마신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우는 다른 캐릭터를 사는 것이고, 가수 활동은 본인의 부분을 드러내는 것인데 그 두 가지를 잘 병행하고 계십니다.
"둘 다 제게 없어서는 안 될 활동이에요. 저와는 다른 캐릭터의 인생을 살면서 제게는 없는 사고방식이나 사물을 보는 방식 같은 것을 접하게 돼요. 거기서 얻은 자극이 새로운 곡에 대한 창작으로 이어지거나 표현으로 이어지는 일도 많죠. 그 반대도 마찬가지예요. 새로운 곡을 만남으로써 새로운 목소리의 접근법을 발견하고, 그것을 캐릭터에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인터뷰 장소가 7층인 걸 보고, '일부러 7층으로 하신 건가요?' 물었더니 아마 그럴 거라고 스태프분이 말씀해 주셨어요. 하하. (나나(なな)'는 숫자 7(七)을 읽는 일본어의 훈독 방식이다.) '77세'까지 현역으로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 7은 나나 씨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새로운 크리에이터들과 만나는 것을 '마리아주(Mariage)'라고 표현하신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요. 거기서 착안한 질문입니다. 현재 미즈키 나나 씨의 음악적 미각을 가장 자극하고 있는 새로운 '식재료'나 '양념'은 무엇인가요?
"새로운 작품을 통해 새로운 세계의 이미지가 제 안에서 떠올랐을 때 새로운 문이 열리고, 새로운 마리아주가 태어난다고 생각해요. 좀 더 일상적인 부분이라면, 저는 먹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전혀 가본 적 없는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새로운 메뉴를 접하고 '이건 뭐지!' 하는 충격을 받았을 때가 좋아요. 요리와 음악은 창작 면에서 굉장히 연결되는 부분이 있죠. '이런 조미료를 썼을지도 몰라'라며 여러 가지를 생각하다 보면 제가 표현할 때의 아이디어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일상의 다양한 곳에 마리아주의 소재가 숨어 있습니다. 여행도 좋아해서 새로운 장소에 가서 본 풍경에서 문득 떠오른 가사를 써보고 싶다는 표현으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올해의 목표를 '여유'라고 표현하셨는데요. 25년간 계속 달려오셨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의미에서인지 궁금하고요. 한국 팬분들께 마지막으로 메시지 부탁드립니다.
"저는 뭐든지 꽉꽉 채워 넣는 타입이라서 '이것도 하고 싶다, 저것도 하고 싶다' 하는 욕심쟁이 타입이에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스케줄이 꽉 차버려서 정말 큰일이 나곤 해요. 이제 조금은 그 사이에 틈, 즉 여유를 둬 사안에 차근차근 몰두할 수 있도록 하려고요. 지금까지는 계속 단거리 경주를 몇 번이고 연속해서 달리고 있는 형태였기 때문에, 좀 더 차근차근 만들어 나가는 것을 올해는 해보고 싶습니다. '어른의 싸움법'을 배워나가고 싶습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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