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사라졌다"…전쟁 직격탄 맞은 두바이, '텅 빈 도시'

기사등록 2026/03/12 16:58:56

관광객·외국인 거주자 수만 명 탈출

미사일 경보 속 공항·데이터센터 타격

"전쟁 10~20일 더 지속되면 손실 심각"

[두바이=AP/뉴시스]1일(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한 산업단지에서 이란의 보복 공격 이후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2026.03.02.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중동 전쟁의 불길이 번지면서 세계적 관광·금융 허브인 두바이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간 군사 충돌이 이어지자 관광객과 외국인 거주자들이 대거 도시를 떠났고, 미사일 경보와 관광객 이탈 속에 급속히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수십 년 동안 두바이는 세계 각지의 관광객과 부유층이 몰려드는 글로벌 휴양·금융 도시로 성장해 왔다. 초호화 호텔과 쇼핑몰, 인공 섬 리조트가 즐비한 이 도시는 '세금 없는 낙원'으로 불리며 억만장자와 외국인 투자자들을 끌어들였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시작된 중동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이 도시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 가운데 상당수가 아랍에미리트(UAE)를 향했고, 그 영향으로 두바이에서도 공습 경보와 미사일 위협 알림이 일상이 됐다.

두바이에 16년째 거주하며 한 에미레이트 학교 교장을 맡고 있는 영국인 존 트루딩어는 "분명히 두바이의 빛이 바랬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출신 교사 100여 명을 고용하고 있었지만, 전쟁이 시작된 이후 상당수가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감당하기 어렵다"며 도시를 떠났다고 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달 28일 이란에 대한 공습을 시작한 이후 수만 명의 주민과 관광객이 두바이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 이후 두바이 시민들의 휴대전화에는 매일같이 '미사일 위협 가능성' 경고 알림이 울리고,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고 창문에서 떨어지라는 안내가 반복된다.

이란이 발사한 약 1700발의 미사일 가운데 90% 이상이 UAE의 방어 시스템에 의해 요격됐지만, 일부는 군사기지와 산업단지, 두바이 공항 등을 타격했다.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항공 허브 중 하나인 두바이 국제공항은 일시적으로 운영이 마비되기도 했다. 데이터센터 두 곳이 공격을 받으면서 휴대전화 결제 시스템이 한동안 중단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초호화 관광지 역시 피해를 입었다. 인공 야자수 모양 섬에 위치한 한 고급 호텔에서는 파편 피해가 발생했고, 이곳에 차를 세워 두었던 파키스탄 출신 택시기사 자인 안와르는 차량이 파괴되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는 "살아남아서 운이 좋은 사람이다"면서도 "전쟁 이후 관광객이 사라지면서 수입이 끊겼다. 더 이상 두바이에 있고 싶지 않다. 많은 택시 기사들이 다른 나라로 갈 생각을 하고 있다. 두바이는 끝났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번 분쟁은 특히 관광 산업 의존도가 높은 두바이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관광 산업이 연간 약 300억 달러 규모의 수익을 창출해 왔다.

[두바이=AP/뉴시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두바이 국제공항 폐쇄 후 에미레이트 항공기들이 주차되어 있다. 2026.03.01.
두바이 거주자의 90% 이상은 외국인으로, 소득세와 양도소득세, 상속세가 없다는 점이 주요 매력으로 꼽혀 왔다.

하지만 두바이는 다른 걸프 지역 국가들과 달리 막대한 석유 자원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전쟁이 길어질 경우 관광과 항공, 금융, 부동산 투자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일부 글로벌 은행들은 안보 우려를 이유로 직원들을 긴급 대피시키기도 했다.

UAE 자예드대 교수 칼레드 알메자이니는 "두바이는 이미 상당한 손실을 보고 있다"며 "현재는 버티고 있지만 이 상황이 10~20일만 더 지속돼도 관광과 항공, 외국인 사업 전반에 심각한 충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두바이 당국은 도시의 '안전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두바이 경찰은 소셜미디어에서 공포를 조장하는 게시물을 올릴 경우 체포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하늘에서 들리는 큰 폭발음에 대해 '안전을 위한 대응 과정에서 발생한 소리'라며 시민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하지만 쇼핑몰, 5성급 호텔은 평소와 달리 한산한 모습이다. 일부 관광객과 인플루언서들은 도시를 떠났고, 이들이 키우던 반려동물들이 보호소에 버려지는 문제까지 발생했다.

노동, 건설, 배달, 운전 등 일자리를 찾아 두바이에 온 수백만 병의 이주 노동자들 역시 전쟁의 피해를 직격탄으로 받고 있다.

두바이에는 약 200만명의 인도인과 70만명의 네팔인, 40만명의 파키스탄인이 거주한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건설과 운송, 서비스업에 종사하며 고국으로 쉽게 돌아갈 여력이 없는 실정이라고 가디언이 전했다.

실제로 UAE에서 전쟁 이후 발생한 사망자 4명 가운데 3명이 파키스탄, 네팔, 방글라데시 출신 노동자였다. 미사일 파편에 맞아 숨진 방글라데시 운전기사 살레 아흐메드의 가족은 노동자들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아직까지 해변에서는 여전히 관광객들이 일광욕을 즐기고 제트스키가 바다를 가르는 장면도 목격할 수 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관광객 크리스티나 할리스는 "우리는 우크라이나 출신이라 안타깝게도 전쟁터를 피해서 또 다른 전쟁터로 왔다"면서도 "저는 아직 이 곳에서 안전하다고 느끼고 해변에서는 전쟁이 있었다는 사실을 느끼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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