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에…재계 경영 위축 등 우려
정기 주총서 의결권 제한 방어 등 총력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명분으로 추진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재계는 여전히 기업의 사법 리스크 확대와 경영권 위축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고, 자사주 소각 의무화 조치가 결국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제한하고, 외부 자본의 공격에 대한 방어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자사주 활용 경영권 방어막 상실 우려
8일 재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5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의 원칙적 소각을 의무화하는 이른바 '3차 상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기업이 신규 취득한 자사주는 1년 이내, 기존에 보유 중이던 자사주는 1년 6개월 안에 소각해야 하는 의무가 부여되어 즉시 시행에 들어간다.
하지만 재계는 자사주 강제 소각이 기업의 장기적인 가치 제고보다 단기적 주가 부양에만 치중돼 기업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지주사 체제라는 특수한 구조 속에서 핵심적인 경영권 방어 수단을 상실하게 된다는 점이 최대 약점으로 지목된다.
현행법상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다. 기업들은 적대적 M&A 등 경영권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우호 세력인 '백기사'에게 매각해 의결권을 되살려 경영권을 방어해 왔다.
대표적 사례가 2003년 소버린 사태다. 당시 외국계 헤지펀드 소버린이 SK 지분을 매입해 최태원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자 SK는 자사주를 우호 관계인 국내 은행에 매각해 경영권을 유지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1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자기주식을 10% 이상 보유 상장사 104개사를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62.5%가 소각 의무화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 중 79.8%가 소각 의무화 시 자사주 취득을 축소하거나 중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기업들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의 문제점으로 사업 재편 등 경영전략에 자기 주식 활용 불가와 경영권 방어 약화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와 관련해 대한상의는 "기업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자본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은 해외 주요 선진국에도 없는 사례로 법적인 보완책이 없는 상황에서 진행되면 경영권 방어 측면에서 우려되는 점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사 충실 의무 확대…주주 소송 남발 우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상장사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방안 역시 소송 남발에 따른 경영 위축을 야기할 변수로 지목된다.
한국경제인협회과 대한상의 등 8개 경제단체는 지난해 "정상적인 경영활동까지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사법 리스크 확대를 경고하기도 했다.
결국 관련 법이 소액주주들이 자신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에 대해 이사회를 상대로 배임죄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빌미가 될 것이라 주장이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주주마다 이해관계가 다른 상황에서 모든 주주의 이익을 충족시키는 경영 판단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경영진은 M&A(인수·합병)나 대규모 투자 대신 사법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보수적 경영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계는 또 하반기 시행 예정인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인원 확대가 기존 3% 룰과 맞물려, 경영권의 구조적 취약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한다.
해외 투기 자본이 이사회에 진입해 경영권을 흔들 수 있는 통로가 넓어지는 반면,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필 등 선진국형 방어 수단은 여전히 부재하다는 점에서다.
3% 룰은 상장사가 감사 또는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대주주의 지분이 많더라도 의결권을 최대 3%까지만 인정하는 제도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소수주주 권익을 위한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법안의 판례나 해석이 축적되기 전까지 경영 판단 위축 등의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전자주총 의무화의 경우 IT 인프라 구축을 위한 추가 투자 및 고정비 증가 등 부담도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업들은 정기주주총회에서 기존 사외이사를 감사위원으로 분리 선출하는 안건 등을 대거 상정했다.
강화된 분리 선출 규정이 적용되기 전에 감사위원 임기를 2~3년 미리 확보해 대주주 의결권 제한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njh32@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