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주 발굴 넘어 '음악적 공동체'로…CJ문화재단 20주년에 울려 퍼진 '튠업'의 다정한 공명

기사등록 2026/03/06 14:26:00 최종수정 2026/03/06 16:36:12

'튠업: 라이브 스테이지' 첫날 현장

'CJ문화재단 20주년 기념 콘서트 시리즈' 일환

튠업 23기 윤지영·튠업 20기 데이먼스 이어 듀엣 무대 주목

[서울=뉴시스] 데이먼스 이어, 윤지영. (사진 = CJ문화재단 제공) 2026.03.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음악은 기록되는 순간 과거가 되지만, 무대 위에서 불리는 순간 현재가 된다.

싱어송라이터 윤지영에게 '언젠가 너와 나'는 듀엣 곡으로선, 오랫동안 '기록된 과거'에 머물러 있던 곡이었다. 가수 카더가든과 함께한 원곡은 온라인 음악 영상 콘텐츠물 외엔 단 한 번도 물리적인 한 공간에서 공명(共鳴)하지 못했다.

그 유예된 포옹이 마침내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CJ아지트 광흥창에서 실현됐다. CJ문화재단(이사장 이재현) 설립 20주년을 기념한 'CJ문화재단 20주년 기념 콘서트 시리즈'의 일환인 '튠업: 라이브 스테이지' 첫날인 이날 무대에서 카더가든의 빈자리를 채운 것은 싱어송라이터 데이먼스 이어(전하렴)였다.

이것은 단순한 대역(代役)이 아니라, 한 사람의 아티스트가 성장해 다른 아티스트의 세계를 환대하는 '음악적 연대'의 실현이다. 두 사람은 홍대 신의 선후배일 뿐 아니라, CJ문화재단의 대표적인 인디 뮤지션 발굴·지원 프로그램 '튠업'의 선후배(데이먼스 이어 20기·윤지영 23기)이기도 하다. 20주년이 된 CJ문화재단이라는 든든한 품에서 17년간 켜켜이 쌓아 올린 튠업의 세월은 자본의 성채가 아니라, 이렇듯 서로의 등을 밀어주는 다정한 구조였다.

윤지영은 '언젠가 너와 나'를 부른 직후 "이 곡의 무대 듀엣곡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CJ문화재단 20주년의 생일을 축하하는 의미"라고 웃었다.
[서울=뉴시스] 윤지영. (사진 = CJ문화재단 제공) 2026.03.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첫 곡 '우우우린'을 시작으로 '비행기' '차원론'으로 이어진 윤지영의 무대는 다소 빠른 비트의 곡들에도 고독하고 쓸쓸함이 묻어난다. 윤지영은 하지만 그걸 전시하기보다, 관객과 정확히 공유하는데 일가견이 있다.

데이먼스 이어 역시 마찬가지다. "몸은 구겨져도 마음은 부풀어서 / 자다가도 자꾸 그대 쪽을 향해요"('죽지 않은 연인에게' 중)라는 윤지영이 좋아하는 노랫말을 지어낸 그는 불균형이 인간을 얼마나 위태롭고도 아름답게 만드는지를 정확히 간파하고 있고, 그걸 청자들과 노래로 나누는데 선수다.

같은 날 무대에서 1부를 꾸민 튠업 23기 윤지영이, 2부의 바통을 이어 받은 튠업 20기 데이먼스 이어의 무대를 소개하는 찰나는, 튠업이라는 발굴 프로젝트가 단순한 등용문을 넘어 서로의 존재를 증명해 주는 '음악적 공동체'로 진화했음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이번 공연은 튠업이 발굴된 유망주들이 서로를 축하할 만큼 성장했음을 확인하는 '홈커밍데이'였다. 신인 인디 뮤지션들이 자생력을 갖춘 뮤지션으로 성장했고, 그들의 음악이 제자리를 잡은 채 무르익게 됐음을 CJ문화재단 20주년 기념으로 관객들과 함께 공유하는 자리인 셈이다. 이날 윤지영과 함께 하지 못한 카더가든은 튠업 19기 출신인데, 그는 4월1일 같은 장소에서 오존(튠업 20기)과 무대에 오른다.
[서울=뉴시스] 데이먼스 이어. (사진 = CJ문화재단 제공) 2026.03.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CJ문화재단 튠업 사업 담당자 김모란 프로는 "CJ문화재단 설립 20주년인 올해도 인디 뮤지션 지원사업 '튠업'을 통해 성장한 뮤지션들이 좋은 평가를 받고, 또 성장을 하고 있어 상당히 고무적이다. '튠업'이 처음 만들어진 2010년 이후의 성장을 선보이는 자리로 'CJ문화재단 20주년 콘서트 시리즈 - 튠업: 라이브 스테이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지난 17년간 튠업을 통해 인디 뮤지션들이 재능을 좀 더 꽃피울 수 있게 하고, 더 오래 음악을 지속할 수 있도록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덕분에 많은 신인 인디 뮤지션들이 튠업을 알아봐 줘 뮤지션들의 등용문으로 통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진정성 있게 인디 뮤지션들을 지원해온 결과 CJ문화재단 튠업은 지난달 말 '한국의 그래미 어워즈'로 통하는 '제 23회 한국대중음악상'(KMA·한대음)에서 선정위원회 특별상을 받았다. 박현준 선정위원은 "튠업이 보여준 가장 유의미한 성과는 대중 아티스트에게 흔히 요구되는 스트리밍이나 음원 세일즈, 집객 수치 등의 결과론적인 데이터에 매몰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수치보다 앞선 것은 각자의 음악이 제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허락한 태도였다. 이 과정을 통과한 음악가들이 국내를 넘어 해외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 현상은, 튠업이 단기적인 유행이 아닌 음악의 지속성을 본질로 삼았음을 증명한다"고 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