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사남' 천만 관객 앞두고 '단종' 서적 인기
'파반느 등 영화 개봉 전후 원작 독서 열풍
"원작은 영상 대체재가 아닌 심화재 역할"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영화나 드라마가 공개되면 원작 소설이나 관련 서적을 찾는 '독서 역주행'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영상 콘텐츠가 이야기의 입구 역할을 하면서, 관객과 시청자가 작품의 세계관과 인물 서사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텍스트로 시선을 옮기는 것이다.
장항준 감독의 영화 '왕과 사는 남자'(왕사남)가 흥행하자 단종을 다룬 서적 판매량이 급증한 것도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이다.
5일 예스24에 따르면 지난달 4일 '왕사남' 개봉 이후 현재까지 단종을 주제로 한 서적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565.4% 상승했다. 단종과 호장 엄흥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단종의 서사를 궁금해한 영화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서적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작가 이규희(글)와 이정규(그림)의 '어린 임금의 눈물'이 가장 높은 상승률인 4614.3%를 기록했다. 예스24 관계자는 "2월 4주차 베스트셀러 '어린이' 분야에서 9위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연휴에 가족 단위의 관객이 영화관을 찾은 뒤, 부모가 어린 자녀에 단종의 역사를 함께 찾은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이광수의 소설 '단종애사'가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되기도 했다.
장동석 출판평론가는 "영화에 '단종애사'가 등장하는 장면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던 텍스트가 다시 발굴되는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텍스트 역주행'은 최근 영상 콘텐츠 전반에서 나타나는 흐름이다.
지난달 20일 넷플릭스에서 영화 '파반느'가 공개되자 원작 소설인 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판매량이 급증했다. 공개 이후 약 2주간 판매량은 직전 2주 대비 367.5% 상승했고, 예스24 2월 4주차 종합 베스트셀러 4위에 올랐다.
오는 18일 개봉을 앞둔 라이언 고슬링 주연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도 유사한 추이를 보였다. 원작 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올해 1~3월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43.7% 증가했고, 최근 한 달간 예스24 소설·시·희곡 분야 베스트셀러 20위권에 포함됐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해에도 확인됐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17'이 공개되자 원작 소설 '미키7' 판매량이 약 한 달간 전년 동기 대비 1095.3% 상승했다. 영화 '퇴마록' 역시 개봉 직후 원작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31.1% 증가하며 2025년 2월 4주차 소설·시·희곡 분야 베스트셀러 7위였다.
또 지난해 9월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원작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 역시 독자 사이에서 화제가 되며 2025년 10월 1주차 '영미소설' 분야 베스트셀러 3위를 기록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는 "원작 도서는 영상 콘텐츠의 대체재가 아니라 이야기를 더 깊게 파고들기 위한 심화재"라며 "영상에서 생략되거나 각색된 부분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독서로 이어지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는 "원작 도서는 영상 콘텐츠의 대체재가 아니라, 이야기를 더 깊게 파고들기 위한 심화재"라며 "영상에서 생략되거나 각색된 부분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독서로 이어지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청자는 영화를 보지만, 실제로는 세계관과 인물의 서사를 소비하는 것"이라고 했다.
장동석 평론가는 "콘텐츠의 원형을 논할 때 '텍스트'를 제외하고 말할 수 없다"며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작품들이 되살아나는 좋은 현상이고, 앞으로 참고해야할 작품도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또 "한 원작이 여러 영화로 변주되는 것을 통해 글이 가진 힘이 증명된 것"이라며 "원작의 위대함이 다시 상기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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