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 지난해 해외 건설 수주 25% 차지…수주 '텃밭'
사태 장기화·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수주 전략 재검토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중동 지역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자체 비상 대응반을 가동하고 있어요."
3일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중동 사태와 관련한 뉴시스 취재진의 질문에 "중동 지역에 있는 직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핫라인을 구축하는 등 대응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중동 지역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아직 직접적인 피해는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중동 지역 내 발주 위축과 건설 원자잿값 상승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현지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까지 직접적인 피해는 없지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이라크·UAE·바레인·카타르·쿠웨이트 등 해외 수주 '텃밭'으로 불리는 국가들의 신규 발주가 위축되고, 현재 진행 중인 공사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건설 원자잿값 상승 우려도 커지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들이 중동에서 사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이번 사태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일부 현장에서는 공사가 일시 중단되거나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자푸라 유틸리티 사업과 380kV(킬로볼트) 송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이라크에서 신항만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며, 삼성E&A는 사우디 파딜리 가스 증설 사업과 카타르 에틸렌 저장 설비 사업 등을 맡고 있다.
한화 건설부문은 이라크에 비스야마 신도시 건설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한화 건설부문 관계자는 "이라크 한국대사관과 이라크 군·경찰 전력 통해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며 "직원 안전을 최우선으로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DL이앤씨는 현재 이란에서 진행 중인 사업은 없지만, 국내 건설사 중 유일하게 테헤란에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과거 이란 지역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했기 때문에 업무 지원 차원에서 지사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올해 연초 이란에서 위기 상황이 있었을 당시 현지에 있던 직원 1명이 이미 제3국으로 이동했다. 현재 테헤란 지사에 근무 중인 직원은 없다"고 말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472억7000만 달러로, 이 가운데 중동 지역 수주액은 약 118억8000만 달러로 전체의 25.1%를 차지했다. 이는 2014년 이후 11년 만에 최대치다. 정부는 올해 해외건설 수주 목표를 500억 달러로 설정했다. 건설업계는 이를 '제2의 중동 붐'으로 이어갈 기회로 기대해왔다.
건설업계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신규 발주 축소와 공사 지연 등으로 중동 지역 건설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IS 내전이 이어졌던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국내 건설사들의 이라크 수주 규모는 85억3200만 달러에서 1300만 달러로 급감한 바 있다.
또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사태가 장기화하면 중동 지역 신규 발주 축소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당장은 상황을 지켜보되, 장기화할 경우 해외 수주 전략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와 함께 중동 사태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고, 현재까지 직접적인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할 경우 물류 이동이 위축되고, 중동 각국에서 진행 중인 공사가 중단되거나 신규 발주가 축소되는 등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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