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씨앗…20년 전 산티아고 순례길 위 약속

기사등록 2026/02/28 19:09:16 최종수정 2026/02/28 20:10:23

28일 오후 제주올레여행자센터

서명숙 이사장-잔느 토크콘서트

산티아고 순례길 약속·의미 공유

[서귀포=뉴시스] 김수환 기자 = 28일 오후 서귀포시 서귀동 제주올레여행자센터에서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과 잔느 캐서린 헤니가 청중에게 20년 전 산티아고 순례길에서의 인연을 소개하고 있다. 2026.02.28. notedsh@newsis.com
[제주=뉴시스] 김수환 기자 = 20년 전 산티아고 순례길 위에서 맺어진 인연과 함께 '제주올레'가 만들어진 결정적 계기와 '길'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가 열렸다.

제주올레는 28일 오후 5시 서귀포시 서귀동 제주올레여행자센터에서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과 잔느 캐서린 헤니의 토크콘서트 '한 사람의 여행이 모두의 길이 된 이야기'를 열었다.

이날 토크콘서트는 2006년 산티아고 순례길 위에서 만난 두 사람의 인연이 20년이 지나 가까스로 재회하면서 마련됐다.

당시 23년간 언론인으로서 지내다 은퇴한 서 이사장과 20년간 오페라하우스를 운영해 온 잔느가 우연히 비슷한 시기 순례길을 걸었고, 중년의 삶을 되돌아보며 공감대를 쌓았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길이 가진 치유의 힘에 대한 감상으로 이어졌고, 서로의 고향에 산티아고 순례길과 같은 길을 만들자는 약속으로 끝맺었다.

단 6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이뤄졌던 두 사람의 만남은 '모두의 길'인 제주올레를 만드는 결정적 계기가 됐고, 20년이 지난 오늘에야 그 의미를 함께 되새겼다.
[서귀포=뉴시스] 김수환 기자 = 28일 오후 서귀포시 서귀동 제주올레여행자센터에서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과 잔느 캐서린 헤니가 청중에게 20년 전 산티아고 순례길에서의 인연을 소개하고 있다. 2026.02.28. notedsh@newsis.com
서 이사장은 "잔느와 한 거라곤 산티아고 순례길 위에서 만나 걷고, 함께 뽈뽀를 먹은 것 뿐"이라며 "제주로 치면 올레여행자센터에서 법환포구까지 같이 걷고 고기국수를 먹은 정도의 인연이 내게 제주에 길을 내도록 마음에 불을 지핀 거다"라고 말했다.

잔느는 당시를 떠올리며 "길을 만드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기에 다른 사람이었다면 하지 않았을 말"이라며 "하지만 아시안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준 수키(서명숙 이사장)라면 가능할 거라고 여겨 제안했다"고 소회했다.

서 이사장은 "이후 제주로 돌아와 잔느가 만들 길에 못지않은 길을 만들자고 마음먹으며 제주올레를 만들어왔다"며 "나는 보이는 길을, 잔느는 보이지 않는 길을 개척한 셈"이라고 밝혔다.

잔느는 스페인으로 이주해 환경 정당을 만들어 안달루시아 산중 마을의 대규모 개발을 막기 위한 활동을 이어왔다.

토크콘서트는 각자가 생각하는 '길'의 의미를 나누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제주=뉴시스] 김수환 기자 = 20일 오전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과 잔느 캐서린 헤니가 서귀포시 보목동 일대 제주올레길 6코스를 걷고 있다. 두 사람은 2006년 산티아고 순례길 위에서 처음 만나 각자의 나라에 길을 만들어 교류할 것을 약속했고, 20년 만인 이날 약속이 지켜졌다. 2026.02.20. notedsh@newsis.com
잔느는 "항상 계획대로 살며 스스로를 통제해 왔지만, 길에 올라 발이 이끄는 곳으로 걸으면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알게 되고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됐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내가 무엇을 좋아할 수 있는지, 언제 행복감을 느꼈는지 살펴보고 각자가 가진 퍼즐들을 스스로 잘 맞춰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또 서 이사장은 "살면서 가졌던 분노의 찌꺼기들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내려놓았다"며 "신체적으로도 근육이 붙는 건 물론 머릿속에서 짜증, 질투, 불안감과 같은 지방 덩어리들이 사라지는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행복한 종합병원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라며 "제주올레를 만든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함께 느꼈던 행복을 제주에서도 나누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산티아고 순례길 이후 20년 만에 제주올레길에서 트레킹에 나선 잔느는 서 이사장과 함께 사흘간 더 올레길을 걷고 고국으로 떠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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