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분당·용인 수지 단지 무순위 청약 미달
대출 규제 고분양가 부담…급매 증가도 영향
"비싸게 살 수 있단 두려움 작동해 시장 위축"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높은 경쟁률을 기록해온 수도권 아파트 분양시장이 최근 들어 청약 미달 사례가 잇따라 나오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다주택 처분 드라이브로 매물이 쌓이면서 집값 오름세가 주춤해진 데다가 대출 규제로 고분양가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이전과 달리 청약 여부를 신중하게 저울질하는 것으로 보인다.
24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GS건설이 경기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동 일원에 시공하는 '수지자이 에디시온'에 대해 지난 23일 2차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결과, 214가구 모집에 143명만 신청해 0.67대 1의 경쟁률로 미달됐다.
앞서 이 단지는 용인시 등 수도권 거주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지난해 1·2순위 청약을 진행한 결과 평균 청약경쟁률 4.19대 1로 일부 타입이 미달됐다. 이후 자격 요건을 전국으로 넓혀 지난 2일과 23일 두 차례 무순위 청약을 했지만 미달된 것이다.
포스코이앤씨가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더샵 분당센트로'도 이날 50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진행 중이다. 지난 1월 특별공급(44가구)이 15대 1, 1순위 청약(40가구)이 51.3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완판됐지만 이후 당첨된 50가구가 계약을 하지 않은 것이다.
더샵 분당센트로의 경우 경기도 핵심 입지인 데다가 지난해 10·15 부동산 대책 이전 입주자 모집 승인을 신청해 투기과열지구 규제를 피해 무리없이 완판되리란 관측이 나왔었다. 수지자이 에디시온 역시 '반도체 벨트' 호재로 청약 수요가 많으리란 전망이 나왔었다.
두 단지 모두 주변 아파트와 비교해 높은 분양가가 걸림돌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더샵 분당센트로의 경우 전용 84㎡ 최고 분양가가 21억8000만원으로, 인근 32년차 단지인 '무지개마을5단지' 같은 면적대가 13억6000만원에 지난달 30일 매매된 것과 비교해 8억원 더 비쌌다.
수지자이 에디시온도 인근 12년차 '래미안 수지이스트파크' 전용 84㎡가 12억원에 이달 10일 매매된 것과 비교해 3억원 이상 크게 웃도는 15억1300만원~15억6500만원으로 분양가가 책정됐다.
여기에 대출 규제로 자금 부담이 커진 것도 영향을 줬다. 규제지역인 용인시 수지구와 성남시 분당구는 담보인정비율(LTV)이 40%로 제한, 중도금의 40%만 대출로 충당할 수 있는 데다가 분양가가 15억원을 넘기면서 주담대 한도도 4억원으로 낮아진다.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비롯한 다주택 처분 드라이브로 시중에 급매물이 쌓이는 것도 청약 열기를 가라앉히는 요소다. 아파트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대비 이날 기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 매물은 3132건으로 56.4%(1130건), 수지구는 3761건으로 31.9%(911건) 늘었다.
아파트값 오름세도 주춤한 상태다. 한국부동산원 2월 셋째 주(16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수지구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55%, 분당구는 0.22%로 각각 전주 대비 0.20%포인트(p), 0.16%p 하락했다.
이에 따라 시장의 집값 하락 전망도 강해지고 있다. 한국은행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 주택가격전망CSI(108)가 전월 대비 16포인트 하락하며 2022년 7월 이후 3년7개월만에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와 다주택 처분 매물이 늘며 청약 시장에서 입지와 분양가에 따른 '옥석 가리기'가 심화되고, 매매시장 역시 매수자들이 추가 가격 하락을 기대하면서 관망세가 짙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사람들이 '비싸게 사는 건 아닐까', '더 좋은 선택을 놓치는 건 아닐까', '지금 들어갔다가 망하면 어쩌지' 이런 걱정을 동시에 하면 매수자들이 관망하게 된다"며 "이런 심리가 한두 사람이 아니라 여러 명에게 퍼지면, 시장 전체가 차갑게 식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formati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