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부터 자택까지 1㎞ 운전하다 접촉 사고 내고도 귀가
자택 쫓아온 경찰 측정 당시 만취…1심 "위법 수사" 무죄
2심 "음주운전 만큼은 사실" 예비적 공소사실 유죄 인정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음주운전 의심 접촉 사고를 내고도 그대로 귀가했던 공무원이 1심과 달리 2심에서는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1심은 자택까지 뒤쫓아간 경찰의 음주 측정 절차가 위법하다며 음주운전 혐의를 무죄로 봤지만, 2심은 '음주운전 사실 만큼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광주지법 제2형사부(항소부·재판장 김종석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돼 1심서 무죄를 선고받은 광주시청 공무원 A(48)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음주운전 단속사실 결과조회 등 증거를 배제키로 하고 나머지 증거들로는 공소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 다만 검찰이 당심에 이르러 'A씨가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의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을 했다'며 추가한 예비적 공소사실 만은 유죄로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23년 6월7일 오후 11시10분께 광주 남구 한 술집 앞 도로에서 자택까지 1㎞ 구간을 혈중알코올농도 0.128%의 만취 상태로 운전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귀갓길 운전 도중 길가에 서 있던 이륜차와 경미한 접촉 사고를 냈다. A씨는 이륜차 차주의 지인에게 자신의 연락처만 건네고 그 길로 다시 차량을 몰아 귀가했다.
같은 날 밤 경찰에는 '주차된 이륜차를 부딪친 차량이 도주했는데 운전자에게 술 냄새가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관들은 사고 당시 촬영된 차량 번호를 조회해 확인한 A씨의 자택에 찾아갔다.
경찰관들은 아파트 공용 현관에서 A씨의 세대에 인터폰 호출을 한 뒤 '음주 측정을 하려하니 열어 달라'고 했으나 A씨 아내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결국 경찰관들은 다른 입주민을 뒤따라서 공용 현관에 진입, A씨가 사는 세대 현관 앞까지 찾아갔다. 경찰관들이 재차 음주 측정을 요구하자 A씨 아내는 A씨가 자고 있는 안방으로 안내했다.
자다 깬 A씨는 "어떻게 온 거냐. 왜 그러냐. 신고자를 믿을 수 없다"며 음주 측정 요구를 거부했고 경찰관들에게 퇴거 요청 의사도 밝혔다.
경찰관들도 '음주측정 거부' 혐의 적용과 현행범 체포가 가능하다고 맞섰다. A씨도 "차라리 음주 측정 거부로 처리해 달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경찰관들은 집에 들어간 지 1시간여 만인 자정을 넘긴 뒤에야 A씨의 음주 수치를 측정했다. 만취 상태로 확인되자 경찰은 A씨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A씨는 수사·재판 과정에서 줄곧 '경찰관들이 명시적인 퇴거 요청에도 응하지 않고 불법으로 음주 측정을 했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앞선 1심은 경찰이 A씨 자택까지 들어가 음주 측정을 요구한 것은 임의 수사에 해당, 적법하지 않다고 봤다.
1심은 "음주 측정 요구를 위해 피고인의 집에 들어가려면 형사소송법상 절차에 따라 영장이 필요한 것이 원칙이다. A씨가 형사소송법이 명시한 '현행범' 또는 '준현행범'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적법하지 않은 수사로 획득한 '음주운전 단속 사실결과 조회' 등은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한다. 나머지 증거들 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검사는 항소심에 이르러 A씨가 '음주운전 형사처벌 최소 기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면허 정지 수치) 상태로 운전한 사실 만큼은 인정된다'며 공소사실을 예비적으로 추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술집 CC(폐쇄회로)TV 영상을 보면 A씨가 자리를 마치고 주차장으로 향할 때 좌우로 비틀거리며 걷는다. 접촉 사고 피해자인 이륜차 차주의 신고 내용 등 사정을 종합하고, 경험칙에 비춰볼 때 A씨가 술집에서 나와 사고를 내고 자택까지 운전해 갈 때 적어도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술에 취해 있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 같은 항소심 판결에 A씨는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검찰 역시 상소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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