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붕괴…군부통치 가능성 매우 커
정권 유지…장기전 승부 걸 수도
트럼프, 공격 결정 전 의견 듣는 단계
[서울=뉴시스]고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격 여부를 결정하기까지 10~15일 남았다며 이란을 강하게 압박한 가운데, 영국 BBC 방송이 19일(현지 시간) 이란 핵 협상이 결렬되고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을 공격할 때 벌어질 다양한 시나리오를 정리했다. 이란도 미국의 공격이 있을 경우 보복하겠다고 나서 그 승부수가 무엇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권 붕괴…민주주의? 군부통치? 중동 갈등?
우선 이란 정권이 붕괴해 이란이 서방 가치를 따르는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있다.
미군이 이란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와 산하 준 군사조직 바시즈와 탄도미사일 발사 시설 등을 겨냥해 제한적인 공습에 나서고,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으로 이미 약화한 이란 정권을 붕괴시켜 민주주의로 이행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핵 협상에서 우세를 점하고자 이란에 대한 제한적 타격(코피 작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아직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 작전의 정확한 목적, 강도를 정하지 않고 여러 의견을 듣는 단계로 보인다.
이 같은 시나리오에 관해서는 비관적인 견해가 우세하다. 과거 미국이 이라크와 리비아에 군사를 개입해 독재 정권을 종식시켰으나 수년 간의 혼란과 유혈 사태를 초래하고 민주주의로 순조로운 이행은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권 붕괴 후 민주주의가 아닌 IRFC 인사가 주도하는 강경 군부 통치로 대체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있다. 여전히 기득권인 이란 IRGC는 현상 유지를 원하고 국가 경제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BBC는 "시위가 정권 전복에 실패한 주요 이유는 군 내부의 유의미한 이탈이 없었고 권력을 잡은 자들은 권력을 지키기 위해 무제한의 무력을 사용할 준비가 됐다"며 "(군부 통치) 시나리오는 매우 가능성 있다"고 분석했다.
시리아·예맨·리비아처럼 내전이 발생하거나, 쿠르드족·발루치족·아제르바이잔계 등 소수 민족 사이 무력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란은 인구 9300만 명의 중동 최대 국가로, 인도적 위기나 대규모 난민 사태로 번질 경우 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 등 인근 이웃 국가도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정권 유지…베네수엘라 모델? 美 전면전?
베네수엘라처럼 이란의 현 정권이 유지되지만 정책이 온건화될 수 있다. 이슬람 공화국 체제는 유지하되, 중동 전역의 무장 단체 지원을 중단하고 핵 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시위 진압을 완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BBC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며 "이란은 47년간 변화에 저항했다. 특히 80대에 접어든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변화에 극도로 부정적"이라고 했다.
◆이란의 승부수는?
이란 정부가 '전면전'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도 높다. 이란은 미국의 공격이 있을 경우 보복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이란이 미 해군·공군보다 전력이 약하더라도 대리 세력을 동원해 반격하거나 아랍 친미 국가로 공격 범위를 넓힐 수 있다.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해 전 세계 해운·석유 산업을 마비시킬 가능성도 있다.
이란이 걸프 해역에 있는 미 해군 함정 등에 대규모 드론과 고속 어뢰정을 동시다발 투입할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IRGC 해군은 미 해군 제5함대의 기술적 우위를 극복할 비대칭 전술을 연구해왔다.
BBC는 "가능성은 낮게 평가되지만 미 군함이 격침되고 승조원이 포로로 잡힐 경우 미국에 엄청난 굴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란이 장기전으로 국면을 반전시키려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발리 나스르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이란 지도부는 회담을 해결책보다 함정으로 여기며, 미약한 합의보다 피할 수 없는 전쟁이 더 낫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란은 (장기전으로) 미국을 지치게 해서 공습을 포기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핵 협상으로 나아가길 바랄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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