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성능별 등급 도입… 공급망 통제 포석
삼성, 고성능 시장 반격…SK, 주력 공급자 수성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차세대 GPU '베라 루빈(Vera Rubin)' 출시를 앞두고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망 관리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성능에 따라 공급처를 이원화하는 '듀얼 빈(Dual-binning)' 전략을 통해 수율(합격률) 리스크를 분산하고 제조사 간 경쟁을 유도해 협상력을 높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가 실시되면 삼성전자는 고성능 시장 진입의 발판을 마련하고, SK하이닉스는 양산 안정성을 앞세워 주력 공급자 지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20일 더블유씨씨에프테크(Wccftech)와 탐스하드웨어(Tom's Hardware) 등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HBM4를 성능에 따라 등급을 나누는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최상위 티어는 동작 속도 11.7Gbps 이상의 초고성능 제품이고, 차상위 티어는 10Gbps 대의 제품으로 주력급 라인업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특정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제품군별로 최적화된 메모리를 공급받아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IT전문 매체 탐스하드웨어는 "엔비디아가 공급 독점을 깨고, 제조사 간 경쟁을 붙여 공급망 통제권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엔비디아의 조달 전략 변화는 국내 반도체 업체에 역할 분담과 경쟁 구도 재편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술적 한계에 도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공급 안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SK하이닉스 모두 엔비디아의 새로운 구매 가이드라인에 맞춰 전략을 짜야 하는 상황이다.
이전 HBM3E 세대에서의 부진을 씻고 업계 최고 고성능 HBM4를 발표한 삼성전자로서는 전세를 역전시킬 발판을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이전 HBM3E 세대에서의 부진을 씻고 지난 12일 세계 최초로 11.7Gbps급 HBM4 양산 및 출하를 발표하며 기술 지표에서 앞서 나갔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이번 HBM4 제품이 엔비디아의 '베라 루빈' 최상위 티어 탑재 물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제 표준을 40% 이상 웃도는 성능으로, 1c(10나노급 6세대) D램과 4나노 로직 다이 공정을 선제적으로 결합해 엔비디아의 고성능 기준을 맞췄다.
최상위 등급 제품은 하위 제품보다 20~30% 높은 가격이 책정될 것으로 보여,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HBM4 양산을 계기로 올해 HBM 매출이 전년 대비 3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B증권은 삼성전자가 이번 HBM4 출시에 따라 시장 점유율을 40%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그동안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해 온 SK하이닉스는 가격 주도권 싸움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검증된 신뢰성을 바탕으로 엔비디아의 차상위 티어 물량을 모두 가져갈 경우 수익성이 더욱 안정적일 가능성도 있다.
주력 모델인 5세대 10나노급(1b) HBM4의 속도는 10Gbps 대로 엔비디아의 차상위 티어 기준에 부합한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 기존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전체 공급량의 약 60~70%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맺어온 오랜 파트너십과 기술적 안정성을 바탕으로, 올해 HBM4 물량의 3분의 2를 차지할 것"이라고 봤다.
엔비디아의 이 같은 전략적 변화가 몰고 올 파장은 내달 'GTC 2026'에서 베라 루빈이 공식 공개되면서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GTC 2026'은 엔비디아가 주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AI 및 가속 컴퓨팅 콘퍼런스로 내달 16일부터 19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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