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증시 상장 문턱 낮춰
[서울=뉴시스]이재준 기자 = 영국 회계·감사 감독기구인 재무보고위원회(FRC)는 중국 기업이 런던에서 상장할 때 일정 기간 중국 회계·감사 기준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닛케이 신문과 재신망(財新網),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17일 보도했다.
매체는 이같이 전하면서 상장 기업 수 감소로 국제 금융시장으로서 위상이 약화한 런던 증시의 경쟁력을 높이고 중국기업 유치를 확대하려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FRC는 중국을 대상으로 외국 기업의 영국 상장 시 적용되는 감사 기준 규정 개정에 관한 협의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개정안은 런던에서 글로벌예탁증서(GDR)를 발행하는 중국 등록 기업에 대해 한시적으로 중국 감사 기준을 적용하도록 허용하는 내용이다.
GDR는 은행이 발행해 해외 기업 주식을 대리하는 증서다. 현행 규정으로는 런던에서 GDR를 발행하는 중국 기업은 영국 회계 기준을 따르거나 영국과 동등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일정 기간 중국 감사 기준을 사용할 수 있어 상장 절차의 제도적 부담이 완화할 전망이다.
대상은 ‘상하이·런던 증시 연계 제도’에 등록된 기업이다. 제도는 2019년 런던 증권거래소(LSE)와 상하이 증권거래소(上海證券交易所) 간에 도입됐으며 이후 선전 증권거래소까지 확대했다.
FRC는 성명에서 이번 조치가 영국 경제성장 촉진과 런던의 국제시장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일부 중국 등록 발행인이 영국 상장을 주저하게 만드는 기존 장벽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폭넓은 정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투자자 보호 약화 가능성도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완화 이후에도 중국 기업의 감사를 담당한 감사인은 영국 당국의 등록과 감독을 받아야 하며 감사 기준 관련 공시 의무도 유지한다.
최근 영국 금융 규제 당국도 런던 시장의 매력도 제고에 나섰다.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은 거래 데이터 공개를 확대하겠다고 공표했다.
올해 1월 말 방중한 키어 스타이머 영국 총리는 리창(李強) 중국 총리와 회담하고 금융 감독과 금융시장 상호 연결 확대에 협력하기로 했다.
런던 증시는 최근 수년간 신규 기업공개 부진을 겪고 있다. 2025년 본시장 신규 기업공개는 9건에 그쳐 2년 연속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유망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과 사모펀드 인수가 늘면서 상장 기업 수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패스트패션 업체 Shein(希音)이 지난해 기대를 모았던 런던 기업공개 계획을 철회해 런던의 해외 기업 유치 경쟁력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영국 당국은 회계·감사 규제 완화를 통해 국제 상장지로서의 위상을 회복하려 하고 있다.
다만 투자자 보호와 상장 문턱 완화 사이의 균형이 향후 협의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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