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직물 사업 철수로 계약 해지 통보
원단 받아 팔던 협력업체 사업주, 배상 요구
계약상 손해배상 조항 없어…대법, 파기환송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최근 도·소매업자 이모씨가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씨는 2011년 11월 삼성물산과 영업위임계약을 맺고 숙녀복 원단을 받아 대신 팔아주고 대금을 돌려주는 대신 금액의 4%를 수수료로 받았다.
2022년 3월 초 삼성물산은 직물 사업 철수에 따라 계약을 종료하겠다는 의사를 이씨에게 유선 및 이메일로 통보했다. 10월 말을 기준으로 매년 연장하던 계약을 끝내겠다고 한 것이다.
그러자 이씨는 삼성물산 측이 해지를 통보한 그해 3월부터 10월 말까지 자신이 받을 수 있었던 수수료 상당액 일부를 배상해야 한다며 이번 소송을 냈다.
삼성물산 측은 해지 의사를 통보한 시점은 이씨에게 공문을 보낸 2022년 9월로 봐야 한다며 배상 책임이 없다고 다퉜다.
'만료 1개월 전 서면에 의한 해지 통보가 없으면 동일 조건으로 1년간 자동 연장한다'는 양측의 계약 2조에 따라 1개월 전 해지를 통보했기 때문에 정당하게 해지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계약서에 따라 삼성물산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의사를 처음 밝힌 시점을 이씨에게 이메일을 보냈던 2022년 3월로, 계약이 해지된 시점을 같은 해 6월로 해석했다.
그러면서 6월부터 원래 계약 기간인 10월까지 받아야 했을 수수료를 손해로 인정해 배상액을 정했다.
대법은 이씨와 삼성물산의 위임계약이 2022년 6월에 해지됐다는 2심의 판단에는 수긍하면서도, 삼성물산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양측의 계약서상 '3개월 전 서면 통지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과 관련해 상대방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내용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다.
대법은 "계약에서 정한 손해배상 책임 등 내용은 민법 689조와 양립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양측은 영업 위임계약의 규정에 따른 배상책임만 진다"고 판단했다.
현행 민법 689조는 위임계약을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지만, 한쪽이 부득이한 사유 없이 상대방의 불리한 시기에 계약을 해지한 때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앞서 대법은 지난 2019년 판례 등을 통해 민법 689조는 임의규정으로, 이번 사례처럼 위임계약이 일방 해지되더라도 쌍방의 약정에 따라 책임을 묻지 않을 수도 있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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