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르르 무너진 '우승 후보'…말리닌 "올림픽 압박감은 상상 이상"[2026 동계올림픽]

기사등록 2026/02/14 08:24:40 최종수정 2026/02/14 08:27:18

프리서 4차례 점프 실수하며 무너져…쇼트 1위→최종 8위

"뭘 해야 할지 생각할 시간조차 없이 순식간에 지나가"

[밀라노=뉴시스] 김근수 기자 = 미국 피겨스케이팅 엘리아 말리닌이 13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연기를 마치고 아쉬워하고 있다. 2026.02.14. ks@newsis.com

[서울=뉴시스]문채현 기자 = 금메달은 따 놓은 당상이라 여겨졌지만 올림픽 무대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유력 금메달 후보 일리야 말리닌(미국)이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의 최악의 연기를 올림픽 무대에 올렸다.

말리닌은 14일(한국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76.61점, 예술점수(PCS) 81.72점, 감점 2점으로 156.33점을 받았다.

쇼트프로그램에서 108.16점을 받으며 1위에 올랐던 말리닌은 총점 264.49점을 기록, 최종 8위에 오르며 금메달은커녕 시상대에도 오르지 못했다.

이날 경기 후 말리닌은 "올림픽이라는 무대의 압박감이 정말 크게 다가왔다. 금메달 유력 후보는 항상 실전에서 못한다는 '올림픽 징크스'가 있는데, 결국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밀라노=뉴시스] 김근수 기자 = 미국 피겨스케이팅 엘리아 말리닌이 13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연기 도중 넘어지고 있다. 2026.02.14. ks@newsis.com

최근 두 시즌 동안 각종 대회 정상을 휩쓴 '4회전의 왕' 말리닌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마지막 퍼즐을 완성하고자 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직후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말리닌은 세계 최초로 쿼드러플 악셀을 성공시키며 단숨에 피겨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어 2023~2024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파이널과 전미선수권, 세계선수권을 모두 석권하며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왔다.

그는 올 시즌에도 그랑프리 2개 대회에 이어 그랑프리파이널에서도 정상에 오르며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순항을 펼쳤다.

앞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한 그는 대회 2관왕을 향한 전망도 밝혔다.

말리닌이 지난 12일 열린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펼치며 108.16점을 획득, 1위에 올랐던 만큼, 이날 그의 목에 금메달이 걸릴 것이라는 기대도 선명해졌다.
[밀라노=뉴시스] 박주성 기자 = 10일 (현지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 경기장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미국 대표 일리야 말리닌 선수가 경기를 하고 있다. 2026.02.10. park7691@newsis.com

하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선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말리닌은 이날 연기에 대해 "솔직히 기분이 정말 좋지 않다. 이 순간을 위해 수년간 훈련했는데, 막상 경기는 너무 빨리 지나가 버렸다. 뭘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할 시간조차 없었다.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일어났다"고 돌아봤다.

이날 쿼드러플 악셀을 포함해 4회전 점프를 무려 7개나 배치했던 말리닌은 첫 점프 이후 말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첫 점프 과제였던 쿼드러플 플립을 성공적으로 뛰어 수행점수(GOE) 4.71점을 챙긴 말리닌은 필살기인 쿼드러플 악셀을 싱글로 처리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후 쿼드러플 러츠는 착지에 성공하며 안정을 되찾는 듯했으나, 이어 쿼드러플 루프를 더블로 처리하고 말았다.

이어 후반부에 배치한 쿼드러플 러츠-싱글 오일러-트리플 플립 콤비네이션 점프를 뛰던 중 엉덩방아를 찧으며 후속 점프를 뛰지 못한 그는 쿼드러플 살코-트리플 악셀 시퀀스도 첫 점프를 두 바퀴만 뛴 채 넘어지며 이날 연기를 마무리했다.

연기 도중 이미 좌절한 듯 보였던 그는 음악이 끝나자마자 얼굴을 감싸 쥐고 말았다.
[밀라노=뉴시스] 박주성 기자 = 13일 (현지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 경기장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한 미국 일리야 말리닌이 경기를 마친 후 점프 실수에 실망하고 있다. 2026.02.14. park7691@newsis.com

말리닌은 "프리스케이팅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정말 자신감이 넘쳤다. 느낌도 아주 좋았다"고 돌아보며 "그런데 막상 시작하니까 손에 잡힐 것 같던 모든 것이 순식간에 빠져나가 버린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그램을 펼치면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인지하지 못한 느낌이었다. 보통은 시간 여유도 있고 흐름이나 감각을 느낄 수 있는데, 오늘은 모든 게 너무 빨리 지나갔다. 실수 후 바로 수정하거나 다른 선택을 할 여유가 전혀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압박감은 정말 상상 이상이었다"는 그는 "그래도 끝까지 경기를 마쳤다는 점에선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위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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