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제주지사, 고계순 씨에 결정서 전달
4·3 가족관계 정정 첫 결실…"바로잡기 최선"
[제주=뉴시스] 양영전 기자 = 제주4·3 이후 작은아버지의 딸로 살아온 유족이 70여년 만에 친아버지를 되찾았다.
제주도는 13일 제주시 소재 고계순(77)씨 자택을 방문해 제주4·3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위원회의 '결정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1948년 6월 태어난 고계순 씨는 출생신고 전인 같은 해 12월 아버지 고석보 씨가 4·3으로 희생되면서 작은아버지의 자녀로 호적에 올랐다.
4·3 희생자 유가족이라는 이유로 받을 불이익을 우려한 가족의 선택이었다. 고계순 씨는 70여 년간 작은아버지의 딸로 살아왔다.
오영훈 제주지사가 직접 전달한 결정서에는 ‘고계순은 희생자 망 고석보의 친생자임을 인지한다’는 주문이 담겼다.
4·3위원회는 이날 고계순 씨를 포함한 4명에 대해 희생자와 사실상 자녀 간 친자관계를 확인하는 첫 결정을 내렸다.
4·3으로 인해 뒤틀린 가족관계를 바로잡는 첫 성과로 제주도민과 4·3유족회 등 관련 기관·단체의 오랜 노력과 사회적 논의가 결실을 맺었다.
이번 결정은 4년여에 걸친 제도 개선의 결실이다. 기존 가족관계등록법으로는 생부가 행방불명돼 유전자 검사가 불가능한 경우 친자관계를 인정받기 어려웠으나 4·3특별법에 특례 규정을 신설해 4·3으로 인한 가족관계 사실을 확인·결정할 수 있게 됐다.
도는 이번 최초 결정을 시작으로 4·3 피해로 뒤틀린 가족관계 바로잡기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2024년 7월 특별법 일부 개정으로 사실혼 배우자와의 혼인신고, 사실상 양자와의 입양신고 특례가 추가됐으며 같은 해 9월부터 신청을 받고 있다. 현재 총 5가지 유형의 가족관계 정정 신청이 접수돼 사실조사가 진행 중이다.
올해는 4·3위원회 안건 상정에 속도를 내 신청 건을 신속히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또 신청 기간이 내년 8월31일까지인 만큼, 가족관계 정정 신청이 필요한 희생자와 유족이 빠짐없이 신청할 수 있도록 홍보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너무 늦었지만 4·3으로 인해 뒤틀린 가족관계를 국가가 바로잡는 결정을 내린 만큼 이제라도 아픈 기억을 내려놓고 편안하길 바란다"며 "희생자와 유족들의 숙원인 실질적 피해 회복을 위해 국회에 계류 중인 4·3특별법 개정안 등을 포함해 제도 개선도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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