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간스키, 서울시향과 7년 만의 재회…서정을 빚어내다 [객석에서]

기사등록 2026/02/14 16:30:00 최종수정 2026/02/14 16:34:24

루간스키, 악단과 쇼팽 피아노 협주곡 제1번…폭발 대신 서정

모를로·서울시향, 베를리오즈·슈만으로 낭만 색채 더 돋보여

[서울=뉴시스]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6 서울시향 니콜라이 루간스키의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연주 장면.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2026.02.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러시아 피아니즘의 상징' 니콜라이 루간스키(54)가 7년 만에 다시 만난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함께 보다 서정적인 쇼팽을 들려줬다. 2019년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에서 폭발적 에너지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면, 이번에는 피아노 본연의 음색과 섬세함에 무게를 뒀다.

지난 1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6 서울시향 니콜라이 루간스키의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무대 포디움에는 '음향의 마술사'로 불리는 프랑스 출신 지휘자 뤼도비크 모를로가 섰다.

루간스키과 악단이 택한 곡은 쇼핑이 스무 살 무렵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 1번. 화려한 기교 속에 섬세한 서정과 시적 감성이 깃든 작품으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결선에서 자주 연주되는 레퍼토리다.

낭만주의 해석에 정평이 난 루간스키는  쇼팽의 악보 위에 자신의 해석을 또렷이 새겨 넣었다.
 
1악장에서 오케스트라의 긴 서주를 경청하던 그는 첫 타건부터 명료한 음색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아르페지오에서는는 탄탄한 기교를 과시했고, 유려하게 이어지는 독주 부분에서는 유연한 루바토로 긴장과 이완을 세심하게 조율했다. 오케스트라와의 템포 교환은 협연의 묘미를 한층 돋보이게 했다.

2악장 '로망스'는 이날 공연의 백미였다.

화려함 대신 절제와 호흡에 집중한 해석이 돋보였다. 허공을 응시하듯 고요한 태도로 건반을 누르며 여린음을 더욱 여리게 빚어냈고, 그 잔향은 객석 깊숙이 번졌다. 오케스트라는 이를 섬세하게 받쳐주며 음량과 색채를 조율했다. 7년 만에 다시 마주한 협연이었지만 호흡은 자연스러웠다.

[서울=뉴시스]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6 서울시향 니콜라이 루간스키의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연주 장면.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2026.02.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마지막 3악장에서는 폴란드 민속 춤곡 '크라코비아크'의 리듬의 생동감이 살아났다. 루간스키는 단정한 자세를 유지한채 정교한 타건으로 경쾌한 에너지를 강조했다. 악단은 이를 감싸며 입체적인 음향을 만들어냈고, 지휘자 역시 유연한 몸짓으로 악상을 이끌었다.

앙코르는 쇼팽의 '즉흥 환상곡'을 선보였다. 독주로 돌아온 루간스키는 기교와 서정을 균형있게 풀어내며 19세기 낭만의 정서를 응축했다. 
[서울=뉴시스]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6 서울시향 니콜라이 루간스키의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연주 장면.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2026.02.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모를로와 서울시향은 이날 베를리오즈의 오페라 '트로이인' 4막의 '왕실의 사냥과 폭풍우'를 연주했다. 피콜로, 플루트, 오보에 등의 트릴을 현(絃)이 뒷받침하며 맑은 선율을 더했고, 이후 금관이 가세하며 장대한 색채를 펼쳤다.

2부에서 연주된 슈만 교향곡 제2번은 또 다른 결을 보여줬다. 정신적 쇠양과 이명에 시달리던 시기에 완성된 작품답게, 악단은 투쟁과 치유의 서사를 긴 호흡으로 그려냈다. 화려한 기교 대신 내면의 긴장을 차분히 축적하며, 한 인간이 고통을 견디는 과정을 음악으로 설득했다. 
[서울=뉴시스]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6 서울시향 니콜라이 루간스키의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연주 장면.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2026.02.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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