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 클로이 김 넘어선 최가온…부상 딛고 '금빛 연기'[2026 동계올림픽]

기사등록 2026/02/13 05:50:47 최종수정 2026/02/13 05:58:58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서 우승…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

척추 골절 이겨내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우뚝

결선에서도 부상 딛고 3차 시기에서 짜릿한 뒤집기 성공

[리비뇨=AP/뉴시스] 최가온이 12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기뻐하고 있다. 2026.02.13.
[서울=뉴시스]안경남 기자 = 2008년생 여고생 스노보더 최가온(세화여고)이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우상을 넘어서 '금빛 연기'를 선보이며 새 역사를 썼다.

최가온은 13일(한국 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결선에서 90.25점을 받아 클로이 김(미국·88.00점)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1호 금메달이자, 한국 스키·스노보드 사상 첫 동계올림픽 금메달이다.

스노보드 세부 종목인 하프파이프는 스노보드를 타고 기울어진 반원통형 슬로프에서 펼치는 공중 연기를 심판들이 점수를 매겨 순위를 정하는 경기다.

최가온은 한국 스노보드계에 혜성같이 등장한 보석이다.

취미로 스노보드를 즐긴 아버지의 영향으로 입문한 최가온은 빠르게 전 세계가 주목하는 기대주로 성장했다.

[리비뇨=AP/뉴시스]스노보드 최가온, 하프파이프 금메달. 2026.02.12.
2023년 1월 세계적인 익스트림 스포츠 이벤트 X게임에서 파이프 종목 최연소(14세 3개월) 우승 기록을 써 '스노보드 신동'으로 떠올랐다.

또 같은 해 12월 미국 콜로라도주 코퍼마운틴에서 열린 2023~2024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여자 하프파이프에선 주행 반대 방향으로 공중을 2바퀴 반 도는 '스위치 백나인'을 성공해 생애 첫 월드컵 무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한창 잘 나가던 때 크나큰 시련이 어린 최가온을 덮쳤다.

2024년 초 스위스 락스에서 열린 월드컵에 출전했다가 척추가 골절돼 수술대에 올랐고, 그해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출전도 무산됐다.

다시 보드를 탈 수 없을 거란 두려움도 잠시, 최가온은 1년여를 힘겨운 재활에 매달린 끝에 설원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리비뇨=AP/뉴시스]부상을 입은 스노보드 최가온, 하프파이프 금메달. 2026.02.12.
2025년 1월 복귀전은 공교롭게도 그가 부상을 당했던 락스에서 열린 월드컵이었고, 최가온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동메달을 목에 걸며 부활을 알렸다.

시련은 최가온은 더 강하게 만들었다.

끝이 보이지 않던 재활은 오히려 스노보드에 대한 갈증을 더 느꼈고, 다시 일어설 원동력이 됐다.

2025년 세계선수권에서 예선 2위에 오르고도 결선에서 12위에 그쳤던 최가온은 올림픽 시즌인 2025~2026시즌 한 단계 더 도약했다.

지난해 12월 중국 장자커우 월드컵과 같은 달 미국 코퍼마운틴 월드컵에서 연달아 금메달을 수확했다.

[리비뇨=AP/뉴시스]스노보드 최가온, 하프파이프 금메달. 2026.02.12.
기상 악화에도 최가온은 두 대회에서 모두 90점 이상의 고득점을 받으며 시상대 가장 맨 위에 올라섰다.

특히 1차 시기에서 실수를 범하고도, 2차 시기에 높은 점수를 따내는 '강심장'이 돋보였다.

최가온은 올림픽을 약 2주 앞둔 지난달 18일 락스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92.50점으로 마지막 모의고사에서도 금메달을 추가하며 예열을 마쳤다.

2024년 부상을 당했던 곳에서 2025년 동메달, 올해 금메달을 수확해 의미가 더 컸다.

아울러 그 사이 올림픽 3연패를 노리던 클로이 김이 부상으로 신음해 최가온의 상승세를 더 가팔라 보였다.

[리비뇨=AP/뉴시스]스노보드 최가온, 하프파이프 금메달. 2026.02.12.
이번 대회를 앞두고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최가온을 3연패를 노리는 클로이 김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클로이 김도 "최가온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는 건 멋진 일”이라며 “가끔은 거울로 나와 우리 가족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며 높이 평가했다.

포기를 모르는 최가온의 근성은 이번 결선에서도 빛났다.

지난 11일 여자 하프파이프 예선을 6위(82.25점)로 통과한 최가온은 결선에서 두 차례 넘어지며 메달과 멀어지는 듯했다.

1차 시기 초반 보드가 파이프 문턱에 걸리며 머리부터 떨어져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리비뇨=AP/뉴시스] 최가온이 12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기뻐하고 있다. 2026.02.13.
다행히 스스로 일어나 2차 시기에 도전했지만, 이번에도 연기 초반에 넘어지며 머리를 감쌌다.

하지만 마지막 3차 시기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무서운 집중력으로 준비한 기술을 마침내 모두 선보인 최가온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섰다.

특히 평소 우상으로 동경해 온 클로이 김을 누르고 따낸 금메달이라 더 값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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