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동부경찰서는 A(30대)씨를 야간주거침입절도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제주도 내 주택가를 돌며 여성 속옷 130여장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는 5명으로 추정됐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12월 한 피해자로부터 '빨래 건조대에 걸어둔 속옷 16벌이 사라졌다'는 신고를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지난달 A씨를 특정해 체포했다. A씨 주거지에서 속옷 130여장이 발견되면서 여죄를 추궁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주택가 마당에 널어진 속옷만 훔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성범죄 전력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호기심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으나, 전문가들은 대량의 수집 행태와 과거 성범죄 전력을 근거로 단순 호기심 이상의 왜곡된 성적 심리가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주목하는 지점은 130여 장이라는 압도적인 수량이다. 범죄심리학계에서는 이를 전형적인 '물품음란증(Fetishism)'의 양상으로 파악한다. 특정 물건을 통해 성적 만족을 얻는 이 증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양과 더 강한 자극을 원하는 중독성을 띤다. 특히 사적인 공간인 마당에 침입해 물건을 탈취하는 행위는 단순히 물건을 갖는 것을 넘어, 피해자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지배한다는 우월감을 충족하려는 심리가 깔려 있다.
A씨가 내세운 '호기심'이라는 동기는 범죄자들이 자신의 행위를 가볍게 보이게 하려는 전형적인 '인지적 왜곡'이다. 2개월간 지속된 계획적인 범행과 방대한 압수물은 그것이 우발적인 호기심이 아님을 증명한다. 이는 자신의 비정상적인 욕구를 사회적으로 용인 가능한 단어로 포장하여 죄책감을 회피하려는 심리적 방어기제로 풀이된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A씨의 과거 성범죄 전력이다. 속옷 절도는 범죄 심리학에서 이른바 '징검다리 범죄'로 분류되기도 한다. 물건을 훔치는 행위로 시작된 범죄가 점차 대담해지면, 향후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나 강간 등 강력 성범죄로 진화할 위험(Escalation)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미 동종 전력이 있음에도 재범에 나선 것은 의지력만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심각한 수준의 심리적 장애를 겪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번 사건은 주거 침입과 절도가 결합된 형태이자, 잠재적 성범죄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사법 당국의 엄중한 처벌은 물론, 출소 후에도 왜곡된 성 인식을 교정하기 위한 전문적인 심리 치료와 밀착 보호관찰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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