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 30.9%↓…성북구 90.2% 감소도
갭투자 제한·실거주 의무…'월세 선호' 영향
다주택 처분 여파…"전세시장 오름세 지속"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 서울 성동구에 사는 권모(40)씨는 최근 전셋집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육아휴직이 끝나기 전 아이 어린이집과 가까운 단지 전세를 알아봤지만 매물이 전혀 안 나온 탓이다. 권씨는 "소형 면적은 월세만 나와 있다"며 "무리해서 큰 평수 전세를 가려 해도 대출 규제 탓에 갈 수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다주택자 주택 처분을 유도하는 불똥이 전세시장으로 튀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동산 규제와 갭투자 제한 영향까지 겹치며 전세 공급이 줄어들어 주거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부동산 빅데이터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523건으로 1년 전(2만9697건)과 비교해 30.9% 줄었다.
자치구별로 보면 성북구(-90.2%), 관악구(-77.6%), 동대문구(-71.9%), 중랑구(-69.4%), 강동구(-68.5%), 광진구(-67.3%), 강북구(-65.9%), 은평·노원구(-64.1%) 등 임대차 수요가 많은 비강남권, 서울 외곽지역의 전세 물건 감소가 두드러졌다.
전세 물건 감소 원인으로는 지난해 6·27 대출 규제와 10·15 부동산 대책 영향이 우선 꼽힌다.
대출 규제로 소유권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활용시 6개월 내 전입신고 의무가 생겼고, 작년 10월에는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2년 실거주 의무까지 생겼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차단되면서 시장에 전세 물건이 나오지 않게 된 것이다.
전세대출도 까다로워졌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1주택자 전세대출 한도가 2억원으로 낮아졌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적용되고 있다. 집주인도 규제가 심한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주택자의 주택 처분이 시작되면 임대차 물건 감소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정부는 5월9일부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마치기로 하고, 아파트 등록임대사업자의 양도세 감면 혜택에도 시한을 두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자녀 교육이나 직장 통근 문제로 서울 전셋집을 구하는 비거주 1주택자는 전세 감소를 피부로 느끼는 모습이다. 권씨도 "결혼하면서 청약으로 경기도에 집을 마련했다가 아이가 태어난 뒤 돌봄 때문에 세를 주고 서울로 이사했었다"며 "아직 전매제한이 안 풀려 팔 수도 없는 탓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한다"고 전했다.
신축 아파트 공급 감소도 전세가 사라지는 데 영향을 주고 있다. 보통 신축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하면 임대 물건이 대량으로 나와 주변 전월세가 낮아지는 '입주장 효과'가 나타나지만 이것도 여의치 않은 것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9161가구로 지난해(4만2611가구)보다 31.6% 줄었다. 인천은 1만5161가구로 24.5%, 경기는 6만7578가구로 8.9% 감소한다.
KB부동산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월 기준 163.73으로 2021년 9월(167.65) 이후 52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의미다.
공급 감소가 겹치며 전셋값 오름세도 심상치 않다. 한국부동산원 2월 첫째주(2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0.13% 오르며 5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주택자 압박과 그간의 매매가격 상승 영향으로 전세시장 오름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만약 단기간에 다주택자 매물이 전부 시장에서 흡수된다면 민간 전세의 소멸이 전세대란으로 연결될 수 있지만 아직 그럴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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