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李 오찬 1시간 전 불참 통보…"등 뒤에 칼 숨기고 악수 청해"(종합)

기사등록 2026/02/12 12:29:28 최종수정 2026/02/12 13:38:23

"민주당, 재판 소원 허용법·대법관 증원법 일방 통과…국민께 재앙"

"이러고도 오찬하자는 건 밥상에 모래알로 지은 밥을 내놓는 것"

"대통령 만나면 정쟁적 요소 덜어내고 민생만 이야기하려 했어"

"국힘, 오후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것…원내대표도 같은 입장"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오찬 불참 의사를 밝히고 있다. 2026.02.12.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승재 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2일 예정된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오찬 회동 1시간 전에 불참을 결정했다.

당초 장 대표는 이 대통령을 만나 민심을 직접 전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신동욱·김민수·양향자 최고위원 등 지도부 내에서 불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논의 끝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장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무리 봐도 오늘 오찬은 이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 두 분이서 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한 손으로는 등 뒤에 칼을 숨기고, 한 손으로는 악수를 청하는 것에 대해 응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제 오전 회동 제안을 받았다. 시기적으로 또 형식이나 의제로 봤을 때 적절하지 않은 측면이 있었지만 그래도 설 명절을 앞두고 민생을 함께 논하자는 제안에 전 즉각 수용하겠다는 답을 드렸다"고 했다.

그는 "그런데 어제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재판 소원을 허용하는 법률과 대법관을 증원하는 법률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며 "조희대 대법원장도 그 결과가 국민들께 엄청난 피해 가는 중대한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대표는 그걸 몰랐는지, 정 대표가 이 대통령을 위해 준비한 설 명절 선물이 국민들께는 재앙이 되고 말았다"고 덧붙였다.

장 대표는 "정 대표에게 묻겠다. 정 대표는 진정 이 대통령의 엑스맨인가. 지금 특검 추천도 마찬가지고 여러 가지 문제에 있어서 대통령의 엑스맨을 자처하고 있는데, 이번 오찬 회동이 잡힌 다음에 이런 악법들을 통과시킨 것도 이 대통령을 의도적으로 곤경에 빠뜨리기 위한 것인지 묻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고도 제1야당 대표와 오찬을 하자는 것은 밥상에 모래알로 지은 밥을 내놓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며 "국민의 민생을 논하자고 하면서 모래알로 지은 밥을 씹어먹으러 제가 청와대에 들어갈 수는 없는 일"이라고 했다.

정 대표가 장 대표의 불참 결정에 '예의가 없다'고 비판한 데 대해서는 "야당 대표를 불러 오찬 회동을 하자고 한 직후에 대법원장조차도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법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86명 여당 의원이 대통령 공소 취소를 주장하며 모임을 만드는 것은 국민들께 진정 예의 있는 행동인가. 그것은 예의 없는 행동을 넘어 야당에 대한, 야당 대표에 대한 배신"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청와대 오찬 관련 비공개 회의를 위해 송언석 원내대표실로 향하던 중 박준태 당대표 비서실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6.02.12. kkssmm99@newsis.com
장 대표는 "대통령을 만나면 정쟁적인 요소는 모두 덜어내고 민생에 관한 이야기만 하려고 했다"며 이번 회동에서 하려고 했던 발언들을 나열했다.

그는 "시장은 힘에 의해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수요와 공급에 의해 움직인다는 지극히 당연한 시장의 원리를 대통령이 거스르려 하지 말고, 대통령은 시장 뒤에서 시장을 지켜보면서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려 했다"고 말했다.

또한 "대통령과 여당이 마주앉아 논의하는 입법 문제에 대해서는 긴밀히 협의하시고, 소통하시고 특검·합당과 같은 당내 문제에 대해서는 당에 맡기고 국회의 시간에 맡겨 두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려 했다"고 했다.

그는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은 외교, 관세협상 이런 문제에 있어서 비바람을 맞으며 맨 앞에 서서 헤치고 나가는 것을 기대한다는 걸 말씀드리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에게는 발에 모래주머니 채우고 손목을 비트는 게 아니라 기업이 더 잘 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려 했다"며 "그래야만 물가도, 환율도, 주식도, 주가도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려 했다"고 덧붙였다.

장 대표는 "지금은 야당을 향한 종합특검이 아니라, 사법시스템을 무너뜨리는 악법들이 아니라, 국민의 신음소리에 귀 기울이고 국민의 어려운 삶을 살피는 게 먼저라는 말씀을 드리려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NS에 국민들을 겁박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글을 올릴 게 아니라 국민들이 신음하는 현장에 직접 나가서 눈으로 귀로 살피고 국민들의 손을 잡아주셔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려 했다"고 했다.

또한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할 수밖에 없는데 야당이 제대로 기능해야, 언론이 제대로 기능해야 그리고 여당이 대통령을 견제하는 기능을 해야, 청와대 내에도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그나마 덜 부패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려 했다"고 했다.

이날 오후 예정된 국회 본회의와 관련해서는 "원내대표와 조금 전에 상의했다"며 "원내대표도 같은 입장이기 때문에 아마 오늘 본회의에 국민의힘은 참석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장 대표는 전날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오찬 회동 소식이 알려진 직후 참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설 명절 연휴를 앞두고 고물가·고환율 문제와 부동산 정책, 행정통합 문제 등에 대한 야당의 입장을 전하겠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전날 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법관증원법'과 '재판소원법' 등이 여당 주도로 통과되면서 기류가 바뀐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는 해당 법안을 '이 대통령 무죄 만들기 시도'로 규정하면서 장 대표의 오찬 참석을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이에 장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마무리 발언을 통해 "여러 최고위원들이 재고를 요청해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지도부와 함께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하고 최종 결정하겠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최고위원 등 관계자들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청와대 오찬 관련 비공개 회의를 하고 있다. 2026.02.12. kkssmm9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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