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 열풍에…美 설탕 가격 5년만 최저치

기사등록 2026/02/12 15:49:24 최종수정 2026/02/12 16:54:24

20년 말 이후 최저치…공매도도 최고 수준

GLP-1, 포만감 느끼고 단맛 수요 줄어

감산 가능성도 적어…초기 투자·정부 지원 때문

[서울=뉴시스] 이날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CJ제일제당의 브랜드 백설과 삼양사의 큐원 등 설탕 제품이 진열돼 있다. 12일 설탕 가격이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뉴시스=DB) 2026.02.12.

[서울=뉴시스]고재은 기자 = 설탕 가격이 미국에서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비만치료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소비자들이 단 음식을 줄이고 단백질 섭취를 늘린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12일(현지 시간) 원당 선물 가격은 뉴욕에서 파운드당 약 13.86센트로 거래돼 2020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격 하락에 배팅하는 공매도 포지션은 지난해 말 급격히 올라 5년 만에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미 농무부의 2025년 12월 수급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설탕 사용량 추정치를 전년 대비 2만3000만톤 내린 1230만톤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비만치료제의 등장으로 설탕 수요가 줄면서 가격이 떨어졌다고 보고 있다. 최근 노보노디스크, 일라이 릴리 등 제약사가 내놓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체중 감량 주사는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을 활성화시켜 단맛 욕구를 줄인다. 지난해 12월 알약 형태의 GLP-1 약물이 최초로 승인되는 등 향후 약값 부담이 줄면서 사용량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브로커 마렉스의 구르데브 길은 "설탕 업계가 소비 감소에 당황하고 있다"며 "미국·멕시코가 주요 감소 지역이고, 유럽 또한 (수요가 줄어) 설탕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사람들이 건강한 음식을 선호함에 따라 설탕 소비량이 선진국에서 수년간 꾸준히 감소했다"며 "이 같은 약물의 등장으로 소비 패턴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 같다"고 했다.

더욱이 설탕은 소비자층도 두텁지 않아 시장 변화에 취약하다. 런던에 본사가 있는 설탕 유통업체 차르니코프 분석 책임자 스티븐 겔다트는 "상위 20% 소비자가 쿠키·아이스크림 같은 제품 판매량의 약 65%를 차지한다"며 "만약 이러한 '슈퍼 소비자'들이 GLP-1 약물을 복용하면 판매량이 급격히 감소할 것"이라 했다.

이번 하락세는 생산량의 변화가 크지 않은 시점에 발생해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 설탕 생산량은 연간 1억8000만톤으로 안정적이고, 브라질·인도 등 주요 설탕 생산국 가운데 감산을 예고한 곳은 없었다. 겔다트는 "최근 생산과 소비가 균형을 이루고 있고 재고가 쌓이는 현상도 없었다"면서도 "선물 가격은 지난 2년간 반토막이 났는데, 사람들은 일부 시장에서 소비에 차질이 발생한다는 점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그렇다고 생산자들이 공급량을 급하게 줄이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탕수수 재배는 막대한 초기 투자와 긴 재배 주기가 필요하고, 많은 농가가 정부 지원을 받고 있어 국제 변동 가격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감산할 유인이 크지 않다.

설탕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는 반면 일부 유제품 시장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도 나타났다. 건강을 우선시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단백질 함량이 높은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이에 따라 유청 단백질 가격도 함께 오르고 있다. 월드패널 바이 누머레이터 데이터에 따르면 1월 코티지 치즈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0% 올랐다.


◎공감언론 뉴시스 jek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