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 인터뷰
연속혈당측정기 수입…건보 적용도 이끌어
연달아 법 개정…"붕괴 위기 가정 회복되기도"
장애 인정 길 열렸지만…"현장에선 인식 ↓"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아이가 처음 제1형당뇨 진단을 받았을 때 내가 아이보다 하루 더 많이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내가 (아이보다 먼저) 눈을 못 감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미영(49)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는 지난 9일 뉴시스와 만나 "제1형당뇨가 여러가지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면서 아이가 독립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들이 마련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1형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는 자가면역질환으로 비만, 식습관, 노화가 주요 원인인 2형당뇨와 발병 기전이 다르다. 운동과 식이조절, 약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매일 수시로 혈당을 측정하고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해 환자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들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김 대표는 "공부를 잘하는 분이 합병증 때문에 더 이상 공부를 못 하게 된다거나 자신의 능력보다 좋지 않은 대우를 받으면서 일하시는 분도 있다. 부모 중 한 명이 아이에게 매달리면서 붕괴될 위험에 처한 가정도 되게 많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지난 2012년 당시 36개월이던 아들이 1형당뇨를 진단 받았다. 처음엔 막막했지만 곧 환우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얻으며 1형당뇨인의 삶이 개선되도록 하는 데 힘썼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연속혈당측정기를 직접 해외에서 들여온 것이다. 그간 국내 1형당뇨인은 하루에 여러 번 직접 채혈을 통해 혈당을 측정해야 해 고통스럽고 패턴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연속혈당측정기를 이용하면서 실시간으로 혈당의 흐름을 볼 수 있어 저혈당과 고혈당에 미리 대처할 수 있게 됐다.
허가·신고되지 않은 물품을 들여왔다며 고발을 당하고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지만 결국엔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졌다. 이 일을 계기로 정식으로 연속혈당측정기가 국내에 출시됐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연속혈당측정기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반가운 변화도 이어졌다.
그 외에 영유아보육법, 학교보건법, 초중등교육법, 의료기기법 시행령 등 개별 법률 개정도 환우들이 일궈낸 성과다.
김 대표는 "이혼하려고 했던 부부가 연속혈당측정기 덕분에 관계가 좋아졌다, 숨통이 트였다는 얘기를 듣는다"며 "여러 제도가 개선되면서 생겨난 변화들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는 7월 췌장장애를 16번째 장애유형으로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이 시행되면 많은 제1형 당뇨인들이 각종 지원을 더 수월하게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관련 검사를 진행하는 의료진과 신청을 받는 지자체 직원 등 일선현장에선 아직 췌장장애 신설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적극적 홍보가 필요한 실정이다.
김 대표는 "(장애로 인정되기 위해선) C-펩타이드 검사서가 필요한데 검사를 해주지 않는 병원들도 많고 혈당 측정을 누락하는 경우도 있다"며 "주민센터도 장애 신청 관련 문의가 들어오면 대응이 가능해야 하는데 잘 모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환우회에선 췌장장애에 대한 특화된 지원도 지속해서 요구할 예정이다. 그 중 하나가 중증난치질환 인정이다. 중증난치질환으로 인정받으면 산정특례 대상이 돼 의료비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김 대표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도 강조했다. 과거 제1형당뇨 환자 중 심각한 저혈당 상태에서 받아주는 응급실을 찾지 못해 인지능력이 떨어지거나 사망하는 사례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만약 의사가 부족하다면 의대 정원을 늘리고, 필수의료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면 그렇게 해줘야 한다"며 "그렇게라도 해서 환자들이 제때 치료받을 수 없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1형당뇨는 어느 날 갑자기 교통사고처럼 찾아오는 것, 그러한 장애로 사회생활에 불편함이 있기 때문에 지원은 당연한 것이라는 인식이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자리 잡는 게 김 대표 바람이다. 환자들은 자신의 장애를 부끄러워하지 않되 최선을 다해 자기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최근 진단받은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제1형당뇨병이 관리하기 힘든 질환은 맞지만, 그래도 환경이 많이 개선되고 있다"며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국장애인개발원과 공동 기획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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