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위대한 미 언론 기관 파괴하려 했다는 오명으로 남을 것” 환영
자신 관련 혐의 내용 보도 묵살 주장 등으로 편집국과 마찰 갈등
수년간의 재정난 속 개혁에도 뚜렷한 성과는 안 보여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미국 유력지 워싱턴 포스트(WP)의 최고경영자(CEO) 겸 발행인인 윌 루이스가 사임했다고 회사가 7일 발표했다.
루이스 발행인은 4일 대량 해고 조치를 내린 회의에도 참석해 갑작스러운 퇴사로 직원들을 놀라게 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7일 보도했다.
루이스는 5일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슈퍼볼 경기 전 행사에 참석한 모습이 사진에 찍혔다. 이 사진이 스포츠부 폐쇄 및 구조조정 발표와 맞물리면서 전현직 직원들로부터 광범위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 기자 300여명 해고 후 3일만 전격 사임
루이스 발행인은 4일 수년간의 재정 적자 타개를 위해 전체의 30%에 해당하는 300명 이상의 기자들을 해고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지 3일 만에 회사를 떠났다.
루이스는 “2년간의 변화를 이끈 후 이제 물러날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재임 기간 지원하고 이끌어주신 제프 베조스에게 감사드힌다. 그보다 더 나은 주인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WP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어려운 결정들을 내렸다. 이를 통해 앞으로 오랫동안 수백만 명 독자들에게 매일 양질의 비당파적인 뉴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임시로 최고재무책임자(CFO) 제프 도노프리오가 그의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노프리오 “저널리즘의 강점을 나침반 삼아 지속 가능하고 성공적인 미래로 이끌어갈 임시 발행인 겸 CEO를 맡게 되어 영광”이라고 직원들에게 전했다.
베조스 회장은 “WP는 필수적인 언론 사명과 특별한 기회를 가지고 있다”며 “독자들은 매일 우리에게 성공으로 가는 길을 제시해 준다. 데이터는 무엇이 가치 있고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알려준다”고 밝혔다.
그의 사임 발표에는 인수인계를 지원하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계속 남아 있을 것이라는 언급이 전혀 없어 매우 갑작스러운 변화를 시사한다고 CNN은 전했다.
◆ 자신 관련 혐의 내용 보도 묵살 주장 등으로 편집국과 마찰 갈등
그는 2023년 11월 임명된 뒤 지속적인 재정난 속에서 사업을 되살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발행인, 데일리 텔레그래프의 편집장, 루퍼트 머독의 미디어 제국에서 고위 임원을 역임했다.
그가 발행인에 임명된 다음달인 12월 NPR은 루이스가 머독 소유의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사에서 발생한 2010년대 초 전화 해킹 스캔들의 일부를 은폐하려는 시도에 연루되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몇 달 후 NPR은 루이스가 해당 언론사에 이전 기사를 게재하지 않는 조건으로 인터뷰를 제안하며 보도를 막으려 했다고 추가 보도했다.
그러한 폭로와 더불어 루이스가 해당 의혹에 대한 WP의 보도를 묵살했다는 주장은 포스트지 편집국 내에서 새 발행인의 언론 윤리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
루이스가 신문의 경영난을 해소하는 데 실패했다고 믿었던 포스트 기자들은 이 소식을 공개적으로 환영했다 .
WP 편집국 직원들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인 ‘워싱턴 포스트 길드’는 “루이스의 퇴진은 진작에 이루어졌어야 했다”며 환영했다.
노조는 “그의 업적은 위대한 미국 언론 기관을 파괴하려 했다는 오명으로 남을 것”이라며 “아직 WP를 구할 기회는 남아 있다. 베조스는 즉시 대량 해고 조치를 철회하거나, 신문의 미래에 투자할 의향이 있는 누군가에게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루이스의 구조조정으로 보도 타격
루이스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WP는 국내, 국제 및 스포츠 보도는 심각한 타격을 입어 전 편집장 마티 배런은 “세계 최고 언론사 중 하나인 WP 역사상 가장 암울한 날 중 하나”라고 불렀다.
최고 편집장 맷 머레이는 줌 화상 통화를 통해 직원들에게 루이스 사임 소식을 알렸다.
회사 케이티 메틀러 전 노조 위원장은 7일 “루이스가 해고돼서 다행이다. 내 친구들을 모두 해고하기 전에 해고됐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고 말해 그의 사임을 해임이라고 받아들였다.
베조스 회장은 루이스를 영입해 신문사를 혁신하고 수년간의 재정 적자와 독자 수 감소를 반전시키려 했다.
루이스는 인공지능 도입, ‘리플(Ripple)’이라는 새로운 의견 콘텐츠 플랫폼 도입, 유료 구독자 2억 명 확보라는 야심찬 목표(BHAG) 설정 등 전력을 내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꾸준한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그의 재임 기간 동안 많은 회사를 떠나 이미 지난해 명예퇴직으로 직원 수가 줄어드는 등 뉴스룸 전체에 불만이 만연했다.
2024년 5월 루이스는 WP에 정치와 경제라는 핵심 분야와는 별도로 소셜 미디어와 서비스 저널리즘에 집중하는 세 번째 뉴스 부서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편집국장 샐리 버즈비가 갑작스럽게 사임했고 루이스는 그의 전 동료 두 명을 고위 편집자로 영입했다.
NYT는 당시 버즈비와 루이스가 버즈비 사임 전 갈등을 빚었다고 보도했다.
회사가 버즈비 국장의 사임을 발표한 다음 날 루이스는 후임자를 발표하기 위해 타운홀 미팅을 열었다.
그는 기자와 편집자들에게 “사람들이 당신들 기사를 읽지 않는다”고 비판해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긴 뒤에는 편집국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해 루이스와 WP 직원들간의 불신이 깊어지자 전직 고위 편집장 두 명이 베조스 회장에게 이메일을 보내 그의 루이스의 교체를 촉구했다.
이는 17년간 편집장을 지낸 레너드 다우니와 50년 넘게 신문사에서 근무하며 편집국장을 역임한 밥 카이저로 베조스는 이에 답하지 않았다.
2024년 WP에 합류한 머레이는 지난주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WP의 사기 저하는 오랫동안 문제였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jdrag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