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조세분쟁 제도 개선안' 마무리 단계
세무조사 단계 사전 합의 중심 구조로 전환
"어느 기관이 합의 절차 맡길지 세부 조율중"
"일정 규모 이하 사건부터 단계적 도입 필요"
과세 후 불복 절차가 1년 가까이 이어지는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고, 조세 분쟁 해결 속도를 높이기 위한 취지다.
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조세분쟁 제도 개선 방안'을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마무리한다.
이번 개선안은 과세 처분 이후 불복 절차로 이어지는 기존 구조를, 세무조사 단계의 사전 합의 중심 구조로 전환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합의 절차의 운영 주체를 지방 세무서로 할지, 상위 기관이나 별도 독립위원회에 맡길지 등을 두고 세부 구조를 조율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국세 불복 절차는 과세 시점을 기준으로 구분된다. 과세 이전 단계에서는 '과세 전 적부심'을 통해 사전 판단을 구할 수 있고, 과세 이후에는 '이의신청'과 '심판·심사 청구' 등 후속 권리구제 절차를 밟게 된다.
과세적부심은 세무서가 본격적으로 과세 처분을 내리기 전에, 그 처분이 타당한지 미리 판단해 달라고 납세자가 신청하는 사전 권리구제 절차다.
과세적부심에만 평균 3개월이 소요되고, 이후 조세심판까지 약 8개월이 추가로 걸려 전체 분쟁 해결까지 약 11개월이 필요하다. 여기에 행정소송까지 이어질 경우 분쟁 기간은 수년 단위로 길어질 수 있다.
조세 불복이 장기간 이어지고 실질적 구제 비중도 높지 않은 구조가 지속되면서, 분쟁을 조기에 해소할 제도 개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같은 기간 처리율은 76.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3.9%의 사건은 연내 처리되지 못한 채 다음연도로 이월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월건수를 보면 ▲2018년 3045건 ▲2019년 3050건 ▲2020년 3563건 ▲2021년 4441건 ▲2022년 3249건 ▲2023년 3545건 ▲2024년 3178건으로 매년 3000건 안팎의 사건이 다음 해로 넘겨지고 있는 상황이다.
조세심판원 관계자는 "쟁점이 복잡한 사건 비중이 늘어나면서 심리 기간이 길어지고, 이에 따라 분쟁이 장기화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의를 제기해도 인용되는 비율 역시 높지 않은 실정이다. 지난 7년 간 인용률은 평균 22.7%에 불과해 실질적인 구제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또 납세자 입장에서는 세법 해석에 논란의 여지가 있는 상황에서 세 부담을 줄이거나 환급을 받기 위한 현실적인 수단으로 불복 절차 외에는 뚜렷한 대응 수단이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행 제도에서는 과세 처분 이후 불복 절차를 밟더라도 일단 세금을 먼저 납부해야 하고, 이후 심판·소송으로 갈수록 시간과 비용 부담이 커 납세자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세무조사 단계 합의로 분쟁을 종결하는 방향의 절차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3자가 일방적으로 판단하는 중재보다는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해 이후 불복 제기나 추가 과세 처분을 최소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처럼 조사 단계에서 쟁점을 정리해 확정할 경우 소송으로 이어지는 분쟁 자체가 크게 줄고 징수 시점도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것이 정부 안팎의 평가다.
과세당국 입장에서도 장기 소송에서 패소할 위험을 줄이고 행정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기대 효과로 거론된다.
재경부 관계자는 "세무조사 단계에서 쟁점을 조기에 정리해 합의로 종결할 수 있다면 납세자의 시간·비용 부담을 줄이고, 장기 소송으로 이어지는 불필요한 분쟁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과세 행정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합의 절차를 어느 기관이 맡을 지에 대해서는 세무조사를 수행하는 지방 세무서 단계로 할지, 상위 기관 또는 별도의 독립위원회를 둘지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관련 구조는 조만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기용 교수도 "세무조사 단계에서 일정 범위 내 합의를 통해 조기에 분쟁을 종결할 수 있다면 납세자의 부담을 줄이고 행정 효율성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합의 제도가 무분별하게 확대될 경우 고의적 탈루까지 단순 금전 납부로 끝나는 잘못된 납세 인식을 낳을 수 있다"며 "일정 규모 이하 사건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중대·악의적 사안은 기존 처벌 절차를 유지하는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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