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명 벗을까…'저수지 추락 아내 살해' 무기수 사후재심 결과는

기사등록 2026/02/08 05:00:00 최종수정 2026/02/08 07:04:24

'단순 사고' 경찰 수사결과 뒤집고 무기징역 확정

재심청구 3번 기각…현직 경찰 의혹 제기에 '반전'

재심 첫 재판 직전 형 집행정지 당일 백혈병 사망

"보험금 노린 살인" VS "졸음운전 가능성" 공방전

[진도=뉴시스]2003년 전남 진도군 의신면 명금저수지(현재 송정저수지)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현장. (사진=뉴시스DB)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차량 저수지 추락 사고를 일부러 내 함께 탄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복역하다 숨진 무기수 남편의 사후 재심이 선고를 앞두고 있다.

3전4기 만에 열린 재심 첫 재판 직전 사망한 그가 사건 발생 23년 만에 누명을 벗을 수 있을지, 아니면 검찰 주장대로 유죄가 그대로 인정될지 관심이 쏠린다.

◆"보험금 노렸다" 원심은 무기징역

8일 법원에 따르면 광주지법 해남지원 제1형사부(재판장·김성흠 지원장)는 오는 11일 오후 살인 혐의로 무기징역이 확정돼 복역 중 숨진 무기수 고(故) 장모씨(사망 당시 66세)의 재심 선고 재판을 연다.
    
고 장씨는 2003년 7월9일 밤 8시39분께 전남 진도군 의신면 한 교차로에서 화물차를 몰다가 당시 명금저수지(현 송정저수지)로 고의 추락하는 사고를 내 조수석 동승자 아내(당시 45세)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추락 사고 직후 장씨는 헤엄쳐 빠져나왔지만 아내는 숨졌다. 사고 발생 한 달이 지나 자녀들은 '아버지인 장씨가 어머니를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로 경찰에 탄원했다.

경찰도 장씨가 아내의 사망보험금 9억3000만원을 수령할 수 있다는 점을 눈여겨봤지만, 계획 살인의 증거는 못 찾아 교통사고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만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장씨가 가입한 다수의 보험상품 등을 근거로, 보험금을 타내려 고의 사고로 아내를 숨지게 했다고 판단해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반면 장씨는 일관되게 "단순한 사고였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2005년 대법원은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서산=뉴시스]2020년 충남경찰청 현직 경찰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수사관이 가혹행위를 하며 사건을 조작, 16년째 옥살이를 하고 있는 무기수가 있어 현직 경찰관이 수사를 요청합니다”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와 있다.(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엉터리 수사" 급반전…20년만의 재심 직전 사망

무기수로 복역하게 된 장씨는 억울하다며 2009년·2010년·2013년 3차례 재심을 청구했으나 번번이 기각됐다.

그러나 장씨가 15년째 옥살이 중이던 2017년 당시 현직 경찰관 A경감이 재수사에 나서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A경감은 지인 부탁으로 2년여에 걸쳐 소송 기록·현장을 재조사한 결과라며 엉터리 현장 조사와 허위공문서 작성을 문제 삼았다. 검찰이 '끼워 맞추기식' 수사 조작 정황도 발견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A경감은 2020년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장씨는 배움이 짧고 사회생활에 약간 부족하며 교통사고로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다. (이런 점들을) 수사 단계에서 고려하지 않고 보험 범죄 상습성이 있는 지능범이 범행한 것으로 사건을 조작했다"는 글까지 게시했다.

A경감의 사건 재조사 결과를 토대로, 재심 전문인 박준영 변호사는 네번째 재심을 청구했다. 이듬해인 2022년 9월 광주지법 해남지원은 수사의 위법성을 인정해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이후에도 검찰의 항고와 재항고가 1년 넘게 이어지다, 2024년 1월에야 대법원에서 재심 개시가 확정됐다.

그러나 석 달 지난 같은 해 4월 장씨는 군산교도소에서 해남교도소 이감 직후 급성백혈병 항암 치료를 받다 숨졌다. 사망 당일은 재심 첫 재판 기일인 4월17일을 보름 앞둔 날이자, 형 집행정지일이기도 했다.


[진도=뉴시스] 이영주 기자 = 3일 오후 전남 진도군 의신면 송정저수지 주변에서 지난 2003년 이곳에서 발생한 저수지 추락 아내 살해 사건의 재심 절차와 관련한 재판부의 현장 재현이 진행되고 있다. 현장 재현이 쓰이는 차량이 도로를 따라 저수지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2024.06.03. leeyj2578@newsis.com

 
◆계획 살인 VS 단순 사고…공방 팽팽

재심 법정에서도 검찰과 장씨 측 법률대리인 간 물러섬 없는 공방이 1년9개월 동안 펼쳐졌다.  
 
장씨 측 법률대리인 박준영 변호사는 "공소사실처럼 운전자가 왼쪽으로 운전대를 고의로 꺾지 않아도 차량이 추락했을 가능성도 있다. 도로 구조상 차량이 그대로 직진해도 저수지 추락 가능성이 있다"며 장씨의 졸음운전 가능성을 주장했다.

법원 현장 검증에서는 당시 장씨가 아내를 차에 태우고 출발한 약수터부터 사고 지점까지 향하는 약 5㎞ 구간에 걸쳐 여러 차례 주행을 재현했다.

현장 검증은 같은 제원의 화물차가 사고 직전 구간에서 운전대 조작 각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 방향이 얼마나 달라지는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검사는 "사고 당시 주행 경로는 높낮이가 심하고 좌우 굽이만 10여개로 험난한 도로다. 장씨가 평소 귀갓길과 정반대인 저수지로 향했다는 점이 석연치 않고, 정황상 고의 추락 가능성이 상당하다"면서 "아내 명의 보험금을 제때 납입 못해 해지 위기에 처했다는 점 역시 살해 동기로 볼 만하다"고 주장했다.

검사는 재심 결심 공판에서도 고 장씨의 살인 혐의가 넉넉히 인정될 수 있다며 무기징역을 재차 구형했다.

반면 박 변호사는 "장씨가 가입한 보험은 소액 보험이거나 만기 환급 저축성 보험에 불과하다. 부부가 함께 화물차로 장사를 하며 부부관계도 좋았던 점 등이 충분히 입증됐다. 장씨가 홀로 탈출하려 계획했다거나 입수 이후 풀려 있던 조수석 안전벨트를 장씨가 다시 멨다는 검찰 주장 역시 합리적이지 않다"며 무죄임을 역설했다.

이번 재심은 장씨에게 처음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에 대한 재심이다. 재심 선고가 나도 양측의 항소 여부에 따라 재심 재판 2심이 이어질 수도 있다.
   
[진도=뉴시스] 이영주 기자 = 3일 오후 전남 진도군 의신면 송정저수지 주변에서 지난 2003년 이곳에서 발생한 저수지 추락 아내 살해 사건의 재심 절차와 관련한 현장 검증이 진행되고 있다. 2024.06.03. leeyj257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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