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확정판결 발견 후 결정 취소는 정당"
"진화위, 조사하지 않고 각하 결정…위법"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양순주)는 지난해 11월 26일 A씨가 진화위를 상대로 제기한 이의신청 기각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진화위가 지난 2024년 12월 A씨에 대해 한 진실규명신청 각하 결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진실규명결정 취소 결정은 정당하다고 봤다.
원고 A씨는 한국전쟁 당시 사망한 B씨의 아들이자 C씨의 조카로, 지난 2020년 12월 진화위에 이들이 한국전쟁 시기에 국민보도연맹원 등 집단살해 사건과 관련해 행방불명됐다고 주장하며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진화위는 '고 B씨는 국민보도연맹원이라는 이유로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7일 사이 대전에서 군경에 의해 희생됐고, 고 C씨는 국민보도연맹과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1950년 7월 1일부터 7월 17일 사이 대전에서 군경에 의해 희생됐다고 판단된다'는 내용의 진실규명결정을 했다.
이에 A씨는 지난 2024년 1월 진화위에 진실규명결정 내용 중 '고 B씨는 노동당원으로 활약하다가 처형됨', '고 C씨는 악질 부역자 처형됨' 기재 부분이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하며 삭제하라는 이의신청을 했다.
진화위는 같은 해 5월 "신원조사서는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의 근거자료로 제시된 것으로 위법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며 A씨의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이후 진화위는 지난 2024년 8월 '고 C씨가 1951년 1월 6일 고등군법회의에서 국방경비법 위반으로 사형선고 됐다'는 내용의 판결문을 발견한 후 C씨에 대한 재조사를 결정했다.
진화위는 C씨가 1951년 1월 6일 이적행위 사건으로 사형판결을 받고 같은 해 한 형무소에서 사망 출소한 사실을 확인한 후, 기존에 진실규명결정을 한 사망 이유, 사망 시기, 사망 장소 등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고 C씨 부분을 취소하고 진실규명신청을 각하했다.
원고 A씨는 진화위의 결정에 대해 위법하다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피고는 이 사건 판결이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2항에 따른 확정판결에 해당하므로 망인의 사망 관련 사건이 진실규명 범위에서 제외된다고 해 각하했는데, 이 사건 판결은 국방경비법 위반에 대한 고등군법회의 재판으로서 법관으로 구성된 적법한 법원에서 행해진 판결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원고 측은 "상소가 불가능해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판결인 점 등을 고려하면, 이를 두고 확정판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며 "이 사건 각하 결정은 위법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진화위가 C씨 부분을 취소 결정한 것은 정당하지만, 진실규명신청을 각하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취소 결정에 대해 재판부는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에서 인정했던 사망 이유, 사망 시기, 사망 장소 등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된 이상 피고로서는 종전에 한 진실규명결정을 취소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등군법회의에서 위법하게 이뤄진 판결이므로 확정판결로 볼 수 없다는 원고의 주장도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진화위가 조사를 하지 않고 각하 결정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 판결에는 판결이유가 생략된 점, 출소자 명단에 출소 원인으로 '사망출소'와 '사형출소'가 구분돼 기재됐는데, 망인은 '사망출소'한 것으로 기재가 돼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망인이 이 사건 판결의 집행으로 사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망인이 1950년 7월 초 지서에 감금된 채 구타당한 모습을 가족들이 봤다'는 원고의 진술, 망인의 형제인 B씨는 대전에서 군경에 의해 희생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1950년 전후로 민간인들이 좌익 활동에 가담했다는 등의 오인을 받아 즉결처형되거나 군법회의에 회부되는 일이 다수 존재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망인에 대한 진실규명 신청 내용이 그 자체로서 명백히 허위이거나 이유가 없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로서는 망인의 사망에 대한 재조사를 진행해 사망 이유, 사망 시기 등을 확인한 후 진상규명결정 또는 불능결정을 해야 할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살펴야 했을 것임에도 이러한 조사를 하지 않은 채 각하결정을 한 것은 위법하다"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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