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설립 인가 안 되면 조건부 환불 약정
설립 인가 이후에도 분담금 일부 낸 사례
총회 결의 없어 약정 무효라도 "환급 불가"
조합이 이미 설립돼 환불 이유가 없어졌음에도 추가로 돈을 냈던 만큼, 계약이 무효라 하더라도 분담금 반환 요구가 신의성실 원칙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조합원 A씨가 대전 동구 지역의 한 주택조합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 보냈다.
A씨는 앞서 2021년 4월 조합 추진위원회를 상대로 '같은 해 말까지 지역주택조합 설립 인가를 받지 못하면 납부금 전액을 돌려주겠다'는 취지의 약정이 담긴 안심보장증서를 받은 뒤 조합 가입계약을 맺었다.
A씨는 그 해 4월과 7월, 그리고 11월까지 3차례에 걸쳐 조합에 합계 1억340만원의 분담금을 냈으나, 이후 환불 약정이 조합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아 효력이 없어 무효라고 주장하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조합에서 약정의 효력이 없다는 것을 알리지 않아 자신을 기망해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조합 측은 지난 2021년 10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고 다퉜다. 설령 환불약정이 유효했더라도 이미 A씨가 분담금을 돌려 받기 받기 어려워졌다는 취지다.
앞서 1·2심은 애초 환불 약정이 무효라 조합이 분담금을 물어낼 책임이 있다는 A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조합은 분담금으로 부지를 사들이는 등 사업을 진행하는 만큼, 조합원들이 낸 분담금은 민법 275조 1항이 정한 '구성원들의 총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조합이 분담금 환불과 같이 총유물을 처분하려면 정관이나 규약에 근거한 절차를 거치거나, 적어도 총회의 결의를 꼭 거쳐야 한다는 대법 판례도 인용했다.
대법 판단은 달랐다. A씨가 조합 설립 인가(2021년 10월) 이후인 2021년 11월 세 번째 분담금을 낸 점이 문제가 됐다. 당초 약정에 따르면 환불을 받지 못할 상황이 되었음에도, A씨가 환불을 요구하지도 않고 아파트 소유권을 얻고자 돈을 냈다고 본 것이다.
대법은 "(이 사건과 같은) 환불 약정은 총회 결의 없는 총유물의 처분행위에 해당해 무효가 될 수 있고, 이는 함께 체결한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 원인이 될 수 있다"면서도 A씨 사례는 다르다고 봤다.
이어 "환불 약정이 무효가 돼 환불을 보장 받을 수 없게 됐더라도 신축 아파트 소유권 취득에는 지장이 없는 경우가 존재할 수 있다"며 "이 때 조합원이 '환불 가능 여부와 관계 없이 조합 가입계약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만한 선행(先行) 행위를 했다면 약정의 무효를 이유로 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며 분담금 반환을 구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모순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조합원들이 낸 분담금은 주택 건설 사업의 재원으로 쓰이는 만큼, 주택 건설사업이 무산될 우려가 없는 상황에서는 분담금 반환이 다른 조합원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은 "조합원이 환불 약정을 체결하는 주된 취지는 계약의 목적(주택 소유권 취득) 달성 실패로 인한 손해를 최소화하려는 것이지 분담금 반환을 절대적으로 보장받으려는 데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피고가 시행하는 주택건설사업은 그 성패에 따라 다수 조합원의 주거 마련 여부가 좌우될 수 있는 만큼 재원으로 사용되는 분담금은 상당한 공공성을 띄게 된다"며 "원고에 대한 분담금 반환으로 재원 부족이 발생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나머지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