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류 하락에 물가 둔화했지만 사과·조기 등 성수품 강세
국제유가·환율·기상 여건 변수…정부, 체감물가 관리 총력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0%를 기록하며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치에 도달했지만, 먹거리와 성수품을 중심으로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류 가격이 안정되며 전체 물가 상승세는 둔화됐지만, 한파와 고환율 여파로 일부 농축수산물이 장바구니 부담을 키웠다.
4일 국가데이터처가 전날 발표한 '2026년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2.0%로, 지난해 8월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고환율 영향 등으로 2% 중반대를 이어오던 물가 상승률이 연초 들어 석유류 가격 하락으로 둔화 흐름을 보인 것이다. 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전년 대비 2.3% 상승해 전달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1월 물가 둔화의 가장 큰 원인은 석유류 가격 안정이다. 국제유가 하락 영향으로 석유류 가격은 전년 같은 달 대비 보합(0.0%)을 나타내며 지난해 12월(6.1%) 상승폭에 비해 크게 둔화했다. 휘발유(-0.5%)와 자동차용 LPG(-6.1%) 가격이 하락했고, 경유는 2.2% 상승했다.
전년보다 2.6% 상승한 농축수산물 가격은 대체로 안정적이었다. 지난해 12월과 비교했을 때, 농산물 상승률은 2.9%에서 0.9%로 크게 낮아졌고, 축산물(5.1→4.1%), 수산물(6.2→5.9%)도 모두 둔화됐다.
하지만 지난달 한파 등 기상 여건 악화로 출하량이 감소한 일부 품목들이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또 고환율로 일부 수입 과일도 가격이 올랐다.
상추(27.1%), 조기(21.0%), 보리쌀(21.9%), 쌀(18.3%), 현미(17.7%), 찹쌀(16.2%), 바나나(15.9%), 키위(12.6%), 갈치(11.8%), 고등어(11.7%), 파인애플(11.5%), 사과(10.8%) 등 일부 품목은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근 가축전염병이 확산한 달걀(6.8%)은 작년 하반기부터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한우(3.7%)와 수입 소고기(7.2%)도 상승폭을 키웠다.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는 체감 물가 부담을 높이는 요인이다. 가공식품은 2.8% 상승해 전달(2.5%)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특히 빵(3.3%), 라면(8.2%), 초콜릿(16.6%) 등의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초콜릿은 원재료인 코코아 가격 상승과 더불어 최근 두바이쫀득쿠키(두쫀쿠)의 유행이 겹친 영향으로 분석된다.
개인서비스 물가는 2.8% 상승했으며, 외식 물가는 2.9%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지난해 1월이었던 설 연휴가 올해는 2월로 밀리면서 여행·단체여행 수요 감소로 외식 제외 개인서비스 상승률(2.8%)은 소폭 둔화됐다.
정부는 향후 물가 흐름의 변수로 국제유가의 등락, 겨울철 폭설과 한파 등 기상여건을 꼽았다. 재정경제부는 국제유가가 지난달 중순 이후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시차를 두고 석유류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겨울철 한파 등 기상 여건 역시 농축수산물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물가 상승률은 정부의 목표 수준인 2.0%에 도달했지만, 먹거리와 외식 물가의 상방 압력은 지속될 전망이다. 당장 2월 물가상승률부터 국제유가, 환율, 기상 여건 등 대외 변수에 따라 체감물가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설 민생안정대책에 따라 성수품 물량 공급과 할인 지원이 진행 중이며, 이 같은 조치가 2월 물가에 반영될 예정이다. 조기와 고등어 등 수산물은 비축 물량 방출과 할당관세 적용을 통해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 관리를 강화해 축산물 가격 불안 요인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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