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싯보다는 낫지만"…워시, 美 연준 독립성 시험대 섰다

기사등록 2026/02/02 15:43:01 최종수정 2026/02/02 15:52:24

'최악은 피했다'는 평가

트럼프 압박 버텨낼지는 의문

[워싱턴=AP/뉴시스] 1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연준의 정치적 역할을 오래전부터 비판하고 안정적인 물가가 번영의 전제조건임을 잘 알고 있던 워시의 지명은 반가운 소식"이라고 전했다. 30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차기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가 2011년 11월28일 뉴욕에서 열린 미국외교협회(CFR)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2026.02.02.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으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지명하자 금융 시장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노골적으로 당파 입장에 선 후보들에 비해 워시는 월가와 학계에서 존경받는 '검증된 인사'라는 평가가 우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워시가 과연 대통령의 강력한 압박 속에서 연준의 독립성을 지켜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는 모습이다.
 
1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연준의 정치적 역할을 오래전부터 비판하고 안정적인 물가가 번영의 전제조건임을 잘 알고 있던 워시의 지명은 반가운 소식"이라고 전했다.

실제 유력한 연준 의장 후보로 거론됐던 케빈 해싯은 트럼프에게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아부하는 모습을 보였고, 투자자들은 연준 독립성 훼손이 경제에 미칠 영향을 크게 우려했다.

워시는 과거 금융위기 전후 연준 이사로 재직할 당시, 실업률이 10%에 육박하던 상황에서도 인플레이션 위험을 경고하며 금리 인상을 주장했던 대표적인 '매파' 인사였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서는 정부 정책을 지지하며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워시는 인공지능(AI)과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가 생산성을 높여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것이라며, 대담한 금리 인하를 옹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시 지명 후 공식적으로는 "독립성을 존중한다"고 말했지만, 비공개 모임인 알팔파 클럽 만찬에서는 "워시가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이는 단순한 유머를 넘어, 차기 연준 의장이 직면하게 될 정치적 압박의 강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파월 의장에 대해 형사 수사까지 개시하며 연준을 압박하고 있다. 워시는 파월의 연준을 "신뢰성 결여"라며 비판해왔지만, 정작 파월을 향한 정치적 탄압에는 침묵하고 있다. NYT는 "워시의 진정한 시험대는 그가 대통령의 요구에 얼마나 따를지 여부"라고 짚었다.

시장이 워시의 지명을 반기는 이유는 그가 '최선'이라기보다 케빈 해싯 같은 '최악'을 피했다는 안도감에 가깝다.

그러나 워시는 장인이자 공화당 거물 후원자인 로널드 로더를 통해 트럼프와 깊은 인맥을 맺고 있는 내부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전히 자신이 연준의 독립성을 수호할 의지가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만약 그가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 부양 요구에 영합해 무리한 금리 인하를 단행한다면, 미국 경제는 단기적인 호황을 누릴 수 있을지언정 장기적으로는 하이퍼 인플레이션과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 상실이라는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 있다.

NYT는 "워시가 해싯보다 덜 굴욕적인 방식으로 대통령에게 충성을 증명하는 길을 택했을 뿐일지도 모른다"며 냉소적 관측을 내놓았다. '정상적인 전문가'의 탈을 쓴 '정치적 충성파'의 등판인지, 시장의 기대대로 '균형 잡힌 리더'의 귀환인지는 이제 워시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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