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빗썸 '상장 뒷돈' 2심 선고… '공적 규제론' 명분될까 '촉각'

기사등록 2026/02/01 08:00:00 최종수정 2026/02/01 12:14:28

전 빗썸홀딩스 대표 2일 2심 선고…규제 논의 상황서 '촉각'

유죄시 대주주 지분 등 고강도 규제 마련에 명분될 듯

입법까지는 난항…업계 이어 학계도 "사유재산권 침해"


【서울=뉴시스】  서울중앙지법 전경 /김성현기자 seankim@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가상자산 업계 환부로 지목되어 온 '상장 청탁' 관행을 수면 위로 드러낸 이상준 전 빗썸홀딩스 대표의 항소심 선고가 오는 2일 내려진다.

사법부가 1심에서 이미 유죄를 인정한 사안인 만큼, 업계에서는 이번 2심 판결이 가상자산 법제화 과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거래소를 단순 사기업이 아닌 '공적 인프라'로 규정하고 고강도 규제 의지를 내비친 상황에서, 2심에서도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당국의 정책 방향에 명분을 제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상장 대가로 명품 수수"…규제 당위성 확보하나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는 오는 2일 오후 2시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된 이상준 전 빗썸홀딩스 대표에 대한 2심 선고 공판을 연다. 이 사건에는 과거 빗썸의 실소유주 의혹을 받는 사업가 강모 씨와 프로골퍼 출신 안모 씨도 깊이 연루돼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2021년 하반기, 강 씨로부터 특정 가상자산을 빗썸에 상장해 달라는 부정한 청탁과 함께 수천만 원 상당의 명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거래소 내부의 상장 심사 권한을 사유화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고 보고 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 전 대표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5000여만 원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를 받는 안 씨에게는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이 금융당국이 강조해 온 가상자산 거래소 ‘공적 인프라론'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억원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공식 석상에서 "국내 원화 거래소들은 사실상 시장을 독과점하며 상장과 매매 체결 등 공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며 "이들을 단순한 민간 플랫폼이 아닌 자본시장의 공적 인프라로 간주하고, 그에 걸맞은 지배구조와 책임성을 요구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실제로 당국은 현재 논의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과정에서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율을 대체거래소 수준(15~20%)으로 제한하고,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이나 한국거래소처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범죄에 연루된 대주주는 경영에서 배제하고 의결권을 제한하겠다는 취지다.

업계 일각에서는 지난해 렌딩(가상자산 대여) 서비스 사태로 빗썸과 당국간 마찰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당국이 이번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만약 2심에서도 이 전 대표의 상장 비리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면, 자율 규제만으로는 시장의 투명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당국의 논리가 설득력을 얻으며 규제 도입의 명분이 강화될 것이란 설명이다.

가상자산 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당국이 우려한 사안이 발현된 곳이 빗썸이고 렌딩서비스 관련 이슈까지 있었던 만큼, 그 연장선상에서 바라보면 선고 결과가 당국 입장에 영향을 미칠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해 11월 17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에 설치된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나오고있다. 비트코인이 14일 오전 한 때 9만4000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올초 가격으로 돌아갔다. 시장의 투자심리는 '극단적 공포'를 나타내고 있다. 비트코인은 친(親) 가상자산 기조를 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30% 이상 급등한 바 있다. 지난달 초에는 12만6250달러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기록을 세웠지만, 하락세로 돌아서며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2025.11.17. jhope@newsis.com

◆업계·학계 "사기업에 과도한 잣대…산업 혁신 저해"

다만 당국의 이 같은 기조가 실제 입법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업계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도 대주주 지분 제한과 같은 소유 규제를 민간 중개업자인 거래소에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공기관으로 출발한 한국거래소(KRX)와 달리, 가상자산 거래소는 민간 자본으로 설립된 사기업이다. 민간 기업의 대주주 지분을 강제로 매각하게 하거나 경영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사유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학계 한 관계자는 "산업과 거래소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지분구조의 불투명성과 지배구조 문제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대주주 지분 제한과 같은 소유 규제는 민간 영역에 당국이 관여할 수 있는 그림자 규제로 작용할 수 있어 크게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이어 "규제조차 마련되지 않은 영역에서 성장해온 산업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기존 금융권의 잣대로만 재단한다면 산업의 경쟁력 자체가 저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최소한 업권 법이 마련되고 시행된 이후 법적 테두리 안에서 사업자들이 영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 받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국회와 정부는 산업의 이 같은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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