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나 첫 소설집…'믿을 수 있을 만큼의 진실'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나의 빛나는 삶(북레시피)=마일스 프랭클린 지음
호주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마일스 프랭클린 상'에 이름을 남긴 작가의 대표작이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 출간됐다.
1901년 발표된 이 작품은 당시 19세였던 저자가 펴낸 자전적 소설이다. 자연·노동·계급 문제, 그리고 성별에 따른 억압을 여성의 1인칭 시점으로 생생하게 그려낸 최초의 장편소설 중 하나로 평가 받는다. 여성 주체 서사의 기점이자 성장소설이며, 식민지 이후 정체성을 자각한 첫 세대의 목소리가 응축된 수작이다.
주인공 '시빌라'는 가난한 농가 출신이지만 지적 욕구와 예술적 감수성이 충만한 인물이다. 그는 결혼과 순종이라는 당대의 관습적 여성상에 안주하지 않고 주체적인 삶을 향한 열망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소설은 시빌라가 겪은 가혹한 현실과 내적갈등을 통과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과정을 추적한다.
작품은 젊은 여성의 자립과 자유를 향한 갈망을 통해 새롭게 형성되던 여성 의식과 호주 농촌 사회 현실을 동시에 포착한다.
이 서사는 일찍이 영상화로 주목받았다. 1979년 질리언 암스트롱 감독의 영화 '나의 화려한 인생'으로 제작되어 찬사를 받았으며, 현재는 넷플릭스에서 새로운 드라마로 제작 중이다.
▲믿을 수 있을 만큼의 진실(창비)=김유나 지음
2020년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은 저자의 첫 번째 소설집. 정교한 묘사와 감정의 축적, 여기에 감칠맛 나는 유머를 곁들인 단편 7편이 수록됐다.
소설집은 인생의 쓴 '참맛'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수록작 속 인물들은 예기치 못한 시련 앞에서 사기와 배신, 폭로와 도주, 침묵과 공모라는 선택지로 내몰린다. 세상을 속이는 동시에 자기 자신까지 기만하는 이들의 태도는, 결국 꾸며낸 말과 선택이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스스로를 거짓의 굴레에 가두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더 나은 삶을 위해 발버둥 치는 작위적인 모습보다, 차라리 '본연의 나'를 솔직하게 드러내며 묵묵히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나직한 위로를 건넨다.
창비신인소설상 수상작 '이름 없는 마음'도 이번 소설집에 실렸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가장 오래, 가장 깊게 서로를 버텨온 남매의 이야기를 그린다. 누나는 부족함이 많은 동생 '현권'을 결혼 이후 더 이상 돌보지 않기 위해 핑계를 대며 거리를 둔다. 두 사람의 갈등은 미안함과 지겨움 사이를 오가며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고, 그 과정에서 '가족'의 의미를 알아간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여기 실린 소설을 쓸 때 '도대체 인간은 강인한 거야 나약한 거야'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고 말했다.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은 흔히 목격되는 우리지만 그 속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극복하는 모습에 초점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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