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터지면 즉시 투입…'출국납부금' 재원 감염병기금 윤곽

기사등록 2026/02/01 07:30:00 최종수정 2026/02/01 07:40:24

'감염병위기대응기금 설치방안 연구' 용역 결과

해외 유입 감염병 팬데믹 고려 출국납부금 활용

위기시 기금으로 행정지연 없이 초기 대응 가능

평시에는 감염병 인력 강화·연구개발 사업 지원

'중대한 규모' 위기 없으면 기금 수지 흑자 유지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서울 용산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얼린 물병을 목에 대고 있다. 2023.08.08. xconfind@newsis.com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방역당국이 포스트코로나에 대비해 조성 필요성을 밝힌 감염병위기대응기금의 윤곽이 알려졌다. 출국납부금을 재원으로 하고 초기 긴급 대응 사업과 평시 대비 사업으로 나눠 기금을 운영하는 게 핵심이다.

재정 추계 결과 출국납부금 활용 시 코로나19처럼 국경 봉쇄가 이뤄지는 '중대한' 규모의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대부분 시나리오에서는 기금 수지가 흑자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질병관리청의 의뢰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수행한 '감염병위기대응기금 설치방안 연구' 용역사업 최종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사스(SARS) 메르스, 코로나19가 모두 해외에서 유입됐던 감염병 및 팬데믹 사례였던 점을 고려할 때 감염병위기대응기금은 출국납부금을 활용해야 한다고 봤다.

앞서 임승관 질병청장도 기자간담회를 통해 감염병 위기 대응을 위해 별도의 기금 조성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지금은 폐지된 국제질병퇴치기금처럼 국내에서 출국하는 이들에게 1인당 출국납부금 1000원씩을 부과해 재원을 조성하자는 구상으로 연구 용역과 맞닿아 있다.

당시 임 청장은 "과거 경험을 보면 예비비를 쓰더라도 한 달이 걸리고 추경은 당연히 더 오래 걸렸다"며 "감염병 공중보건 위기 대응 기금 같은 것들을 마련해서 기금의 50% 정도는 평상시에 인프라를 확보하는 데 쓰고, 50% 정도는 적립하고 있다가 위기가 발생하면 즉시 가용할 수 있도록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질병퇴치기금은 출국자 1인당 1000원을 '출국납부금'으로 부과해 조성한 기금이었으나 지난해 1월 1일부터 폐지됐다. 주요 이유는 해외여행 출국자와 개발도상국 질병 예방 간 관계 부족이라는 이유를 꼽았다.

하지만 감염병위기대응기금은 출국자가 감염자의 국내 역유입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목적과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분석이다. 또 출국납부금은 기존 국제질병퇴치기금의 재원으로 활용된 바가 있기 때문에 납부 체계가 기존에 마련돼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코로나19처럼 대규모 팬데믹으로 인해 국경 봉쇄가 일어날 경우 출국자 감소로 인한 재원 감소가 발생하기 때문에 기금의 원활한 활용을 위해 일정 수준의 사전 적립이 필요하다고 봤다. 기금은 법적 요건 충족할 경우 국회 재의결이 없어도 비교적 신속한 집행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인천공항=뉴시스] 전신 기자 =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여행객들이 수화물을 부치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2024.07.01. photo1006@newsis.com

감염병위기대응기금 용도는 '초기 긴급 대응 사업'과 '평시 대비 사업'으로 나눠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위기 시 초기 긴급 대응 사업은 보건복지부와 질병청 '감염병 재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을 근거로 감염병 확산의 억제 및 조기 차단을 목표로 하며 재난 발생 시 행정 지연 없이 초기 대응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주로 필수 물자 비축 및 격리 시설 확보, 현장 인력 및 역량 강화에 재정이 투입된다.

평시 대비 사업은 감염병 발생 여부와 관계 없이 예방, 감시, 역량 유지 활동을 지속해 미래 위기에 대한 대비 수준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감염병 전문 인력 강화·훈련, 감염병 인프라 역량 유지·강화. 연구개발(R&D) 사업 지원, 국제협력 및 공적개발원조(ODA) 등이다.

보고서의 추계 모형에 따르면 중대 규모의 위기가 반복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기금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내다봤다. 추계 시나리오는 코로나19 시기 출국자 수 추이를 참고해 위기 발생 시부터 2년간 전년 대비 80%씩 감소하고 위기 발생 후 5년 차에 전년 수준으로 회복된다고 가정했다. 이 외의 경우에는 연간 5% 증가한다는 시나리오를 전제로 했다.

실제 법무부의 '출입국자 및 체류외국인 통계'를 보면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출국자 수는 전년보다 5.2% 늘었다. 그러다가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과 2021년에는 전년보다 각각 84.7%, 72.3% 급감했다. 이후 정부의 봉쇄 조치가 완화된 2022년에는 전년보다 395.2%나 급증했으며 2023년 254.7%, 2024년 31.6% 출국자가 늘었다.

경미한 위기는 메르스형으로 치명률은 높지만 확진자 수는 적으며 봉쇄조치가 없을 때를 말한다. 중간은 확진자 수가 중간이고 국지성 유행이나 치명률은 낮고 국경 봉쇄가 없는 감염병이 발병했을 경우다. 중대한 위기는 코로나19형으로 확진자 수가 많고 국경을 봉쇄했을 때로 분류했다.

향후 3년 안에 경미한 규모의 감염병 위기가 발생할 경우 10년간 기금 수지는 약 3180억5000만원까지 증가하고, 중간 규모 위기 발생 시에는 2718억3000만원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3년 차에 중대 규모의 위기가 발생하면 사업비 부족분에 대해 외부 재원 차입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다만 일시 상환을 가정하면 그 이후 10년 내 해당 금액을 상환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향후 10년간 감염병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기금 수지는 3630억4000만원까지 증가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출국납부금을 부과해 기금을 조성하는 내용의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지난해 말 대표발의한 바 있다. 다만 출국납부금 부활에 따른 국민 부담과 제도의 지속 가능성은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쟁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

보고서는 "감염병위기대응기금 집행이 이뤄질 수 있는 조건을 제도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초기 긴급 대응 단계의 발동 조건이 명확해야 한다"며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및 현재 국내에서 활용하고 있는 위기경보 수준 단계를 활용해 기금의 초기 위기 대응 관련 사용 시점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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