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변동성 9.3%로 전월比 2.3%p↑…주요국 3위
실물경제·금융시장 부담↑…가계물가 전이 가능성
외환안정 패키지·국민연금 '뉴프레임워크'등 총력전
"정책 효과 없으면 상반기 내 거시건전성 카드도"
고환율 국면에서 환율이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외환시장 불안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이처럼 환율 변동성이 장기간 확대될 경우 기업과 가계, 금융시장 전반에 부담이 확산할 수 있다.
정부는 외환 수급 관리와 제도 개선을 통해 환율을 안정시키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상반기 내 정책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않을 경우 거시건전성 조치를 포함한 추가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25일 국회예산정책처(NABO)가 지난 21일 발표한 '경제동향 & 이슈'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원·달러 환율 변동성은 9.3%로 전월(6.8%)보다 2.5%포인트(p) 상승했다.
주요국과 비교하면 원화의 환율 변동성은 러시아(17.3%), 브라질(14.3%)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일본 엔화와 유로화, 중국 위안화 등 주요 통화의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수준에 머문 것과 대비된다.
환율 변동성이란 환율이 일정 기간 동안 얼마나 자주, 또 얼마나 큰 폭으로 움직였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척도로 활용된다.
실제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월말 기준으로 지난해 10월 1423.2원을 기록했다가 11월 1464.9원으로 치솟았고, 12월에는 다시 1434.9원으로 내려왔다.
한 달 새 40원 이상 급등했다가 다시 30원 가까이 내려오며 환율이 크게 출렁인 것이다. 이 같은 '출렁임'은 이달에도 지속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말 외환당국의 외환시장 수급불균형 해소를 위한 '세제지원 3종 패키지' 등 정책 발표와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구두개입 이후 1430원대까지 떨어졌다가 이달 중순 들어 다시 1480원 턱밑까지 올랐다.
그러다 지난 21일 이재명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관련 책임당국에 의하면 한두 달 정도 지나면 환율이 1400원 전후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고 발언하면서 다시 10원 이상 내려, 지난 23일 1465.8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문제는 이처럼 환율 변동성이 크고 원화 약세 폭이 확대될 경우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 측면에서 보면 환리스크 관리 비용이 늘어난다. 기업들은 수출입 대금 결제와 외화 차입 과정에서 환율 변동 위험에 노출되는데, 이로 인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 통상 선물환·옵션·통화스왑 등 환헤지 거래를 활용한다.
환율 변동 폭이 커질수록 수출입 기업은 이런 환헤지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고, 특히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원가와 수익성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이는 기업의 투자·고용 결정의 위축으로 연결될 위험이 있다.
금융시장에서도 위험 회피 심리가 강화되면서 외국인 자금의 유출입이 잦아지는 등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환율 변동성이 높아지면 위험 인식이 커지면서 무역과 투자 활동이 위축되고, 환헤지 비용과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는 등 기업과 금융시장 전반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환율 방향이 원화 약세 쪽으로 기울면서 고환율 부담이 가계로까지 전이될 가능성도 크다.
한국은행이 지난 20일 발표한 '2025년 12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 '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가 121.76(2020년=100 기준)로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넉달 연속 오름세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9% 올라 2024년 7월(2.6%) 이후 지난해 11월(1.9%)에 이어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생산자물가는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 등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며, 1~3개월 후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은 수출과 수입을 통해 성장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환율 상승은 곧 수입물가 급등을 통해 서민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며 ""지금의 환율 수준은 기업의 원가 부담과 소비자의 생활비 부담을 동시에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환율 안정 위해 '총동원전'…약발 약하면 상반기 내 거시건전성 카드도
정부는 외환시장 수급과 제도 개선 효과가 본격화되면 한 두달 내로 환율이 1400원대 전후의 안정적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외환 수급 점검 강화와 외환시장 24시간 모니터링 체계 가동, 금융기관의 외화 공급 여력 확충을 위한 규제 완화 조치 등 환율 안정을 목표로 한 종합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다음 달부터는 ▲국내시장 복귀계좌(RIA)에 대한 세제지원 신설 ▲개인투자자용 선물환 도입 및 환헷지시 양도소득세 공제 신설 ▲해외자회사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률 상향 등 이른바 '국내투자·외환안정 3종 세제지원 패키지'를 시행한다.
이를 통해 외화 수요를 완화하고 외화자금의 국내 환류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국민연금의 환위험 관리 체계를 고도화하는 '뉴프레임워크'를 통해 외환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고, 4월부터 본격화되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 효과도 환율 안정 요인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상반기 내에 정책 효과가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을 경우 정부가 '거시건전성 조치'를 포함한 추가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거시건전성 조치란 금융시스템 전반의 불안정성을 막기 위해 자본 이동이나 금융기관의 외화 거래를 관리·조정하는 정책 수단이다.
단기적인 구두개입이나 제도 개선만으로 환율 변동성을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경우, 외환 수급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수단을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거시건전성 조치와 관련해 "구체적인 시점이나 기준을 미리 정해놓고 대응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정책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지 않는 상황을 상반기 내내 지켜만 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공감대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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