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인터넷 차단 전날 촬영…"마음은 친구들과 함께"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이란 반정부 시위의 상징으로 떠오른 이른바 '담배 소녀'가 이란에서 반체제 인사로 활동하다 캐나다로 망명한 20대 여성인 것으로 밝혀졌다.
16일 AP통신에 따르면 '담배 소녀'는 현재 토론토에 머물고 있는 이란 출신 반체제 인사다. 그는 신변 안전을 이유로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으며, X(엑스·옛 트위터)에서 자신을 '래디컬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하고 있다.
AP는 이 여성이 이란에서 반체제 활동을 하다 당국에 체포돼 학대를 겪은 뒤 튀르키예로 피신했고, 이후 캐나다 학생 비자를 받아 입국해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사진에 불을 붙여 담배를 피우는 영상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영상에는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여성이 라이터로 하메네이의 사진에 불을 붙인 뒤 사진이 타오르자 담배에 불을 옮겨 붙이고 남은 사진을 바닥에 떨어뜨린 뒤 손가락 욕을 하는 장면이 담겼다.
영상은 SNS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연출 여부와 진위 논란도 뒤따랐으나 미국과 독일, 스위스, 이스라엘 등 세계 곳곳에서 열린 이란 정권 반대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하메네이의 사진을 태워 담배에 불을 붙이는 방식으로 영상을 따라 하며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AP에 따르면 이 여성은 이란 정권이 인터넷을 사실상 전면 차단하고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기 하루 전인 지난 7일 캐나다에서 해당 영상을 촬영했다.
그는 이번 영상과 관련해 인도 CNN 제휴 방송 CNN-18과의 인터뷰에서 "내 마음과 영혼이 언제나 친구들과 함께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 경제난 속에서 발생한 '피의 11월' 시위에 참여했다가 처음 체포됐다고 밝혔다. 당시 17세였던 그는 보안군에 체포돼 유치장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가족이 보석금을 내 석방됐다고 한다. 이후 당국의 감시 대상이 됐다.
2022년에는 히잡 의무 착용에 반대하는 유튜브 프로그램에 출연한 뒤 발신번호 제한이 걸린 전화로 협박을 받았다고 말했다.
2024년 에브라힘 라이시 당시 이란 대통령이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사망했을 때 관련 글을 올렸다가 자택에서 체포됐고 심문 과정에서 심한 모욕과 신체적 학대를 당했다고도 전했다. 거액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뒤 튀르키예로 떠났고 이후 캐나다로 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가족들은 모두 이란에 있고, 며칠째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이슬람 정권이 그들을 해칠까 봐 정말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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