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에 실탄 발사, 시신 수백구 거리 뒹굴어"…참혹한 이란 시위 현장

기사등록 2026/01/12 16:35:49

현지 기자 “경찰, 승합차·오토바이 타고 군중 향해 돌진 직접 목격”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 “美처럼 이민단속 경찰의 시민 살해 없어”

“시신을 담은 자루들이 병원 창고 안과 마당에 쌓여”

[워싱턴=AP/뉴시스] 1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라파예트 공원에서 활동가들이 미국에 망명 중인 이란 마지막 국왕의 아들 레자 팔라비 사진을 들고 이란 반정부 시위대에 연대하는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2026.01.12.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거리가 피로 물들었다”

영국 가디언은 11일 이란 내부에서 보내오는 동영상을 통해 본 시위 현장의 참혹함을 이렇게 전했다.

50대 여성 사라가 수도 테헤란의 고급 주택가인 안다르즈구에서 급히 찍어 보낸 영상에는 보안군이 접근해 소총을 겨누고 비무장 시위대를 향해 근거리에서 발포하기 시작했다.

마슈하드 출신의 기자 마흐사(28)는 8일 가디언과의 전화에서 “시위 진압 경찰 등은 승합차와 오토바이를 타고 군중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속도를 늦추고 사람들의 얼굴에 고의로 총을 쏘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마흐사는 “거리는 피로 물들었다”며 “곧 수많은 시체를 목격하게 될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타지리시 아르그 지역에 모인 한 시위 참가자는 저격수들이 군중을 향해 발포했으며 거리에서 수백 구의 시신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테헤란 샤리아티대에서 섬유 및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는 루비나 아미니안(23)은 8일 시위 도중 근거리에서 머리에 총격을 당해 사망했다고 한 인권 단체는 밝혔다. 

내외신 기자들의 취재가 차단되고 전화와 인터넷 등이 끊겨 시위와 피해 상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국영 TV는 평소와 다름없는 분위기를 연출하며 친정부 시위 장면과 시위가 없는 곳의 일상생활을 방영하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9일 레바논 베이루트를 방문해 크라운 플라자 호텔에서 최근 출간된 회고록 ‘협상의 힘’ 사인회와 토론 시간을 가졌다.

그는 시위가 큰 의미를 지닌다는 우려를 일축하고 다른 어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물가에 대한 불만이 공개적으로 표출되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경찰이 여성을 사살하는 것을 목격했다. 이란에서 단 한 발의 총알이라도 발사된다면 사람들은 그들을 구하러 올 것”이라고 시위대에 대한 발포를 부인했다.

하지만 가디언은 이란에서 전해진 증언들은 참혹했다며 테헤란의 한 시위 참가자는 9일 급히 메시지를 보내 자신이 몽둥이로 구타당했고 당국이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사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테헤란의 한 병원 바닥에는 시신들이 널려 있는 영상이 9일 공개되면서 인권 단체들은 모든 사망자를 제대로 기록할 수는 없지만 대량 학살이 자행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11일 테헤란 카흐리자크 지역의 임시 영안실 밖에 있는 대형 의료 창고 영상 속에는 시신을 담은 자루들이 창고 안과 인접한 마당에 쌓여 있었다.

국영 TV는 시신이 담긴 가방들이 시위대에 의해 살해된 사람들의 것이라고 주장하며 부검 결과 시신에서 총상이 아닌 흉기에 찔린 상처가 발견되었다고 보도했다.

이란 밖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해외 거주 이란인들과 야당 인사들은 이번 시위가 이란 정권을 무너뜨릴 실질적인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jdrag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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