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약금 족쇄' 풀리자 번호이동 일 3만건 폭증…SKT 이어 대란 재현
갤S25 '-33만원'까지 등장…삼성·애플 플래그십폰 지원금 경쟁 격화
삼성전자의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5'의 경우 스마트폰 성지(박리다매형 매장) 기준 실 구입가가 사실상 공짜폰·마이너스폰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KT 위약금 면제 정책 시행 이후 이통사간 가입자 유치 마케팅이 과열된 결과다. 지난해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의 일환으로 지원금 상한선이 사라진 것도 시장 과열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에선 이번 주말을 계기로 '보조금 대란'이 터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KT '위약금 족쇄' 풀리자…위약금 면제 첫날 하루 만에 1만명 이탈
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가 무단 소액결제 등 침해 사고에 대한 후속 조치로 지난달 31일부터 전 고객 대상 위약금 면제 조치를 단행하자 가입자 이탈이 본격화되고 있다. 위약금 면제가 시작된 첫날(12월31일)에만 KT에서 타 통신사나 알뜰폰으로 자리를 옮긴 가입자가 1만142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하루 전체 번호이동 건수는 3만5595건으로 집계됐다. 평소 하루 평균 번호이동 건수가 1만5000건 내외였던 점을 고려하면 시장 활성도가 2배 이상 치솟은 셈이다.
업계에서는 KT가 발표한 2주 간의 위약금 면제 기간(12월31일~1월13일) 동안 이통사들의 '가입자 뺏기 vs 지키기' 경쟁이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이미 작년 상반기 SK텔레콤 해킹 사태 당시에도 한 차례 나타난 바 있다. 당시에도 위약금 면제 여파로 이통사 간 이용자 확보를 위한 보조금 대란, 출혈 경쟁이 일어났는데, 이번 KT 사태를 통해 반년여 만에 다시 한 번 번호이동 대란이 재현되는 모양새다.
시장의 경쟁 열기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이른바 '스마트폰 성지'라 불리는 유통점들의 시세표다. 통신사들이 KT 탈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파격적인 판매 장려금을 살포하면서 최신 기종인 갤럭시 S25의 실구매가는 바닥을 치고 있다. 여타 플래그십폰에도 수십만원 가량의 보조금이 지원되고 있다.
실제로 새해 첫날 기준 주요 성지점 시세표를 분석한 결과 LG유플러스로 번호이동 시 갤럭시 S25 기본 모델(256GB)은 -33만원까지 시세(최고요금제 기준, 부가 조건 있음)가 형성됐다. 기기값 0원은 물론, 매장에서 소비자에게 33만원을 얹어주는 '페이백'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SK텔레콤과 KT 또한 번호이동 시 각각 -21만 원, -16만 원 수준의 시세를 보이며 가입자 방어 및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상위 모델인 갤럭시 S25 울트라 역시 일부 성지점에서는 LG유플러스 번호이동 시 기기값 0원, SK텔레콤 번호 이동 시 9만원에 구매가 가능한 상황이다. 갤럭시 S25 플러스와 엣지 모델 또한 대부분 번호이동 시 0원 혹은 마이너스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어, 사실상 갤럭시 S25 시리즈 전 라인업이 공짜폰으로 전락한 셈이다.
이같은 경쟁사들의 공세에 맞서 KT는 번호이동 뿐만 아니라 KT 가입을 유지하되, 새 폰을 구매하는 '기기변경'에도 적지 않은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KT 가입자가 갤럭시 S25로 기기변경을 할 경우 -16만원에서 -29만원 수준으로 시세가 형성된 상태다.
◆폴더블폰·아이폰 등도 지원금 경쟁 불씨…반복되는 기형적 경쟁에 시장 건전성 우려도
삼성전자의 폴더블 라인업인 갤럭시 Z 플립7 또한 LG유플러스 번호이동 시 -8만원, SK텔레콤 번호이동 시 1만원, KT 기기변경 시 3만원 수준으로 가격이 형성돼있다. 상대적으로 가격 방어가 견고했던 갤럭시 Z 폴드7 또한 90만~110만원대로 내려앉으며 보조금 경쟁의 영향권에 들어왔다. 폴드7의 출고가가 237만9300원부터 시작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반토막 이하로 떨어진 셈이다.
보조금 경쟁의 불씨는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애플의 최신 모델로도 번지고 있다. 아이폰17 시리즈의 경우 LG유플러스 번호이동 시 실구매가가 2만원까지 떨어졌으며, 이전 모델인 아이폰16 시리즈는 KT와 LG유플러스 번호이동 시 -22만원의 페이백 혜택을 제공하며 재고 정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소비자들이 주의해야 할 점은 이러한 '공짜폰' 혜택이 아무런 조건 없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성지점의 시세는 공시지원금과 판매점 자체 지원금을 최대로 합친 가격으로,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유지 비용이 발생한다. 각 통신사의 11만원 안팎 고가 요금제 약정을 최소 반년 가량 유지해야 하고, 통신사별로 지정된 부가서비스들을 필수 가입해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업계에서는 KT의 위약금 면제 조치가 지속되는 향후 2주간 이동통신 시장의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통법 폐지 이후 보조금 지급에 대한 법적 제동 장치가 약해진 상황에서 특정 통신사의 위기가 시장 전체의 보조금 전쟁으로 비화되는 현상이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직전의 SK텔레콤 사태에 이어 이번 KT 사태까지 보안 사고가 불러온 이동통신 시장의 기형적인 보조금 경쟁이 소비자들에게는 일시적인 혜택이 될 수 있으나, 장기적인 시장 건전성 측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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