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겹친 1년, 시민들이 돌아본 2025년
정치 혼란·정보 유출·해외 범죄까지
희로애락 뒤섞인 한 해…"안심할 수 있는 사회로"
지난해 말 비상계엄 선포 이후 이어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은 사회 전반을 관통하는 가장 거대한 이슈였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과 이후 치러진 조기 대선, 그리고 이재명 정부의 출범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시민들은 극심한 여론 분열과 정치적 긴장감을 감내해야 했다.
직장인 심모(31)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탄핵과 그 이후의 과정을 꼽았다. 심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또 다시 이런 상황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탄핵 여부를 두고 갈라진 여론과 수많은 추측이 난무하던 시기가 매우 강렬하게 남았다"고 회상했다.
대학생 김모(25)씨도 "지난해는 서부지법 폭동사태, 연이은 탄핵 찬반 시위 등으로 사회에 갈등의 에너지가 넘쳤던 것 같다"며 "오랫동안 특검이 이어졌지만 여전히 드러나지 않은 의혹도 있다. 계엄에 대한 정당성 인정 등으로 갈무리되지 못한 시민들의 정서도 남아있다"고 말했다.
일련의 과정은 시민들에게 정치가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금 실감하게 했다.
이주희(31)씨는 "계엄 이후 해외 취업까지 고민했지만, 탄핵 이후에는 다시 국내에서 살아볼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며 "정치 상황이 개인의 삶의 방향까지 좌우하는 해였다"고 돌아봤다.
정치적 혼란과 함께 시민들의 불안을 키운 또 다른 요인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였다. 유통·플랫폼·금융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해킹과 정보 유출 사건이 잇따르며 시민들은 일상적으로 이용하던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잃어갔다.
직장인 김민서(30)씨는 "업종 가리지 않고 터진 해킹 사태를 보며 기술의 무서움을 실감했다"며 "개인정보에 대한 기업들의 안일한 관리 체계가 특히 유감이었다"고 말했다.
유출 사고 발생 시 기업이 선제적으로 보호책을 내놓기보다 소비자가 직접 탈퇴를 하거나 통관번호를 재발급받는 등 개인이 일일이 대응해야 했던 구조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지민(29)씨는 "개인이 정보를 찾아다니며 대응해야 했던 과정에서 심리적 부담이 컸다"며 "일상적으로 이용하던 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다"고 토로했다.
시민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 사건들도 많았다. 특히 캄보디아 구금 사태는 해외 범죄가 더 이상 뉴스 속 남의 이야기가 아님을 체감하게 한 계기가 됐다.
박지연(29)씨는 "캄보디아 구금 사태는 개인의 선택이나 일탈로만 설명하기에는 우리 사회가 방치해둔 위험 요인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 수면 위로 올라온 사건"이라고 평했다.
◆올해를 향한 바람, 평온한 일상
크고 작은 사건들이 끊이지 않으면서 시민들은 지난 한 해를 '불안이 일상이 된 시간'으로 평가했다.
이지민씨는 "특별한 성취나 변화보다 ‘무탈함’이 더 중요하게 느껴졌던 해"라며 "정치·사회적 이슈가 개인의 일상에 계속 영향을 미쳤고 안정감보다는 긴장감이 먼저 떠올랐다"고 말했다.
어두운 소식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른바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으로 불린 K-문화의 글로벌 흥행은 시민들에게 자부심을 안겨주기도 했다.
박지연씨는 "우리 문화가 세계 시장의 정점에 도달했음을 느낀 해였다"고 말했다. 최민규(29)씨도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발달로 우리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통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시민들이 바라는 올해는 대부분 거창한 변화보다는 '평온한 일상'이었다.
유승환(30)씨는 "지난해는 새로운 질서를 마주하게 되는 변화의 해였다. 올해는 이런 불안정성이나 리스크가 줄어들고 평화로운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주희씨는 "큰 일에는 원칙을 적용하되 작은 일에는 연민으로 대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며 "조금 더 여유와 배려가 깃든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서봉주(45)씨는 "계엄부터 캄보디아 이슈까지 블랙 시트콤 같은 한 해였다"며 "내년에는 노동자들이 조금 더 숨을 쉴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고, 노동 현장에서 사고가 덜 나는 안전한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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