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광주·전남 통합론…'슈퍼 지자체' 급물살(종합)

기사등록 2025/12/30 15:13:55 최종수정 2025/12/30 15:54:24

광주시장·전남지사 통합 한목소리…"공동 기획추진단 구성"

"인구 320만·GRDP 150조 기대", 통합선거론·입법화도 활발

"TK 진통 타산지석…풀뿌리자치 위축, 공직하모니 등 숙제"

광주시청-전남도청 전경. (사진=뉴시스DB)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 송창헌 기자 = 1986년 광주가 직할시로 승격되면서 광주·전남이 분리된 지 40년 만에 '한 지붕 두 가족' 광주·전남의 통합 논의에 불이 붙고 있다.

기능적 통합을 넘어 통합 선거론이 제기됐고, 관련 입법 절차도 진행 중이다. 시민 10명 중 7명이 "찬성한다"는 설문 결과도 나오면서 명분도 쌓이고 있다.

◆강기정·김영록 "통합추진단 구성"…"기회의 창, 쇠뿔도 단김에"

강기정 광주시장은 30일 기자차담회를 통해 전남도에 행정통합 공동 추진기획단 구성을 긴급 제안했다. 김영록 전남지사가 이날 오전 제안한 '행정통합 추진기획단'을 격상해 공동 운영하자는 파격적인 역제안이다.

"지금이 바로 쇠뿔을 뽑아야 할 적기다", "당장이라도 만나 논의를 시작하자", "광주·전남 통합단체장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합에는 동의하지만 절차적으로는 '선(先) 기능 통합, 후(後) 행정통합'을 주장해온 기존 신중론을 과감히 깨부수고 통합을 향한 '거침없는 진격'을 선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적극 지원을 약속했고, 전남이 먼저 제안한 지금,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는 게 광주시 판단이다.

앞서 김영록 지사는 이날 실국장 정책회의에서 "인공지능(AI)과 에너지 시대를 맞아 광주·전남이 수도권에 대응하는 남부권 반도체 벨트의 중심축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미래지향적 행정통합이 중요하다"며 "경제부지사를 단장으로 한 행정통합 추진기획단을 만들어 신속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특히 "광주와 전남은 한 뿌리"라며 "특별광역연합을 시작으로, 40년 행정경계를 허물고 굳건한 광역 연대와 협력의 틀을 마련해 나가겠다"며 통합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2021년 통합 용역까지 추진했지만, 여러 이유로 열기가 식었었다"며 "중앙 정부 인센티브 등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며,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고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지역민 의견도 빠르게 수렴하자"고 주장했다.

◆'슈퍼 지자체' 예고…통합선거론 부상, 여론도 지지

광주와 전남이 합쳐질 경우 인구 320만 명, 지역내총생산(GRDP) 150조 원의 '슈퍼 지자체'로 거듭나 ▲대구·경북(486만 명, 200조 원) ▲세종·대전(144만 명, 71조 원) ▲부산·울산·경남(770만 명, 342조 원) 등과 최소한 어깨를 맞대고 경쟁할 수 있다.

'통합선거'도 공개 제안됐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광주 광산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내년 선거 후 차기 시·도지사가 임기 내 통합을 완료하고 2030 지방선거는 '통합 광주·전남'으로 치르자"고 공식 제안했다.

2030년은 민선 10기 지방선거가 있는 해이고, 광주·전남이 분리된 지 4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50주년이 되는 해다.

민 의원은 "'합치지 않고서는 미래가 없다'는 시·도민 의지를 받아 통합 공론장이 활발히 만들어지고 있으나 선언적 구호에 그쳐서도, 정치권이 일방적으로 끌고 가서도 안 된다"며 "가장 시급한 일은 '통합 로드맵'과 '정치적 약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로드맵이 구속력 높은 정치적 약속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우선, 광주시장, 전남지사 후보는 물론 광역·기초의원 입후보자들이 한데 모여 시·도민들에게 '2030 통합 광주·전남'을 약속하는 일종의 '사회계약' 실행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입법 활동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정준호(광주 북구갑) 의원은 광주·전남초광역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한 데 이어, 더욱 강력한 모델인 '광주전남 초광역특별자치도 설치 및 지원특례법' 발의를 준비 중이다.

여론도 통합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광주시의회가 한국정책연구원에 의뢰해 광주시 거주 만18세 이상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7%p)를 벌인 결과, 광주·전남 행정통합에 대해 응답자의 71.7%가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매우 긍정'도 22.4%에 달했다. '부정'과 '매우 부정'은 10%대와 한 자릿수에 그쳤다.
[나주=뉴시스] 박기웅 기자 = 27일 오전 전남 나주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광주·전남 특별광역연합 추진 선포식에서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과 강기정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도지사 등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5.08.27. pboxer@newsis.com

◆풀어야 할 과제 적잖아…"소모적 논쟁 경계해야"

두 단체장의 의기투합에도 풀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노젓기 좋은 물때지만 "통합은 참 어려운 일"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1995년 전남도청 이전 과정에서, 최근엔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소멸, 수도권 일극체제 속에서 광주·전남 통합이 화두였으나 번번이 결실을 보지 못한 점, 통합 청사 위치와 기초지자체 축소 권한 논란으로 통합추진단이 폐지된 대구·경북 사례 등은 타산지석이다.

장기간 연구 용역과 지역민 의견 수렴, 정치권과 시민사회, 공직자들의 공감대 형성에 이은 주민투표, 지방자치법 개정까지 가시밭길도 만만찮다.

대도시 위상과 관할 확대에 따른 주민자치 저하, 인사·재정권 재조정에 따른 힘겨루기, 도·농 불균형, 여기에 세수 감소와 기초의회 소멸에 따른 풀뿌리 자치 약화,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 등도 숙제다. 특별자치도로 갈 경우 광역시가 '특례시'로 격하되고, 이에 따른 공무원들의 신분 변동과 행정서비스의 질적 저하도 문제다.

지역 관가 관계자는 "통합 논의가 또 다른 갈등의 시작점이 돼선 안되고, 소모적 논쟁으로 끝날 경우 행정 낭비, 정치 퍼포먼스라는 논란만 낳을 수 있다"며 "신중하고 꼼꼼하게 진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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