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기술수출' 기록 쓴 K-바이오…내년 암울한 이유

기사등록 2025/12/30 11:01:00

기술 성장에 올 한해 20조 돌파…역대 최대

정부 약가인하 개편 추진…"R&D·고용 타격"

[서울=뉴시스] 올한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술 수출이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사진=메디포스트 제공,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습니다.) 2022.10.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올 한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술 수출이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국가 기술주권과 경제 안보를 책임지는 전략 산업으로 성장 보폭을 넓히고 있다.

30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집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올한해 누적 기술 수출 규모는 20조3898억원 상당이다. 금액이 공개되지 않은 거래는 제외됐다. 종전 최대 실적이던 2021년 13조8047억원을 훌쩍 넘어선 수치다.

여러 물질과 질환에 적용 가능한 '플랫폼', 항암 분야 유도미사일로 불리는 'ADC'(항체약물접합체), 치매 등 '퇴행성뇌질환' 분야가 기술 거래를 견인했다.

플랫폼 기술은 올해 제약바이오 분야 기술 거래를 이끈 동력이자, 벤처 수준의 기업들을 코스닥 대장주로 만든 주역이 됐다. 신약 개발 플랫폼이란 여러 질환에 적용 가능한 공통의 기반 기술로, 하나의 '기술'이나 '시스템'을 개발해 다양한 신약 후보물질을 효율적으로 찾아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개발의 장애물인 '뇌혈관장벽'을 침투하는 기술(그랩바디-B)로 지난달 글로벌 제약사 시총 1위 일라이 릴리와, 4월에 GSK와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알테오젠은 지난 3월 아스트라제네카에 정맥주사 제형 의약품을 피하주사 제형으로 전환해주는 'ALT-B4' 기술을 이전했다. 지난 5월 알지노믹스 역시 일라이 릴리에 유전자 치료제 기술을 이전했다. 이 회사는 RNA 치환효소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RNA 편집 유전자 치료제와 원형 RNA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유도미사일처럼 암세포를 조준 사멸하는 기술인 ADC의 기술 거래도 활발하다. 지난 10월 에임드바이오는 베링거인겔하임과 ADC물질 이전 계약을 총 1조4000억원 규모로 맺었다.

알츠하이머 등 퇴행성뇌질환 치료를 위한 기술 거래도 이뤄졌다. 아델·오스코텍은 사노피와 알츠하이머병 치료 물질 'ADEL-Y01'에 대한 세계 독점적 개발·상업화 권리를 이전하는 계약을 총 1조5300억원 규모로 체결했다. 아리바이오도 지난 6월 아랍에미리트 국부펀드인 ADQ 산하 아르세라와 중동·중남미, 아프리카, 독립국가 연합에 대한 'AR1001'(치매 치료 물질) 독점 판매권 계약을 총 6억 달러(약 8200억원)에 성사시켰다.

이 같은 기술 성장 속에서 지난달 발표된 정부의 약가 인하 개편안은 찬물을 끼얹는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내년 약가 인하를 포함한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지난 29일 '제약바이오기업 59곳의 CEO 대상 긴급 설문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제네릭(복제약) 약가를 40%로 인하(현재 53.55%)한다면 제약사 59곳의 연간 매출손실이 총 1조2144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계했다. 기업당 평균 매출손실은 233억원이다. 영업이익은 절반 이상 감소할 것으로 응답했다. 전반적으로 대형 보단 중견·중소기업의 타격이 클 것으로 추계됐다.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 위축도 불가피할 것으로 조사됐다. 59곳의 연구개발비는 내년에 2024년 대비 25.3% 축소될 것으로, 설비 투자는 32%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 안정에도 영향을 미쳐, 약가 개편안이 원안대로 진행될 경우 1691명을 감축할 것이라고 답했다. 종전 인원 대비 9.1% 감축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기업이 신약 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근원은 제네릭"이라며 "제네릭 매출이 곧 투자로 이어지는 현 산업구조 속에서 매출에 직격타를 가하는 약가 인하는 R&D·설비투자 축소, 고용 감축으로 이어진다. K제약바이오가 글로벌로 도약할 갈림길에 놓인 이 순간에 산업경쟁력을 오히려 축소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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