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기준 위반 시설' 권익위 판단에 '분통'
"콘크리트 둔덕만 없었어도…" 오열·곡소리
"진상 규명 멈출까 두려워…관심 가져달라"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년을 닷새 앞둔 24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사고 현장.
'진실의 길' 추모 행사에 참여한 유족들이 참사가 난 활주로에 다다르자 온통 곡소리로 가득 찼다.
유족들은 사고 현장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오열하다, 10분여 만에 차가운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휘몰아치는 강풍도 유족들 눈가를 타고 흐르는 눈물을 마르게 하지는 못했다.
'저 둔덕만 없었으면 다 살았다고', '남편 돌려주라고'고 저마다 서러운 눈물을 쏟아내며 울부짖었다.
'보고 싶다. 아들아 사랑해', '여보 보고 싶고 사랑해요 당신 마눌이' 등 글귀를 적은 리본을 떠나간 가족들이 하늘에서 볼 수 있도록 철창에 단단히 묶었다.
유족들은 전날 국민권익위원회가 여객기 참사를 키운 원인으로 꼽히는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내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를 지지하는 콘크리트 둔덕이 공항안전운영기준 위반 시설로 판단한 데 대해 격하게 분노했다.
아들을 잃은 이경임씨는 "자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이유 없이 눈물이 난다. 저 시설만 아니었으면 모두가 살았잖아. 저게 원인 맞잖아"라고 울분을 토했다.
친언니와 조카 등 가족 5명을 한순간 떠나보낸 유족 조미영씨는 "그동안 참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던 둔덕은 전문가들과 해외에서도 많이 나온 주장이다. 그동안 정부는 인정하지 않았고 어제에야 권익위에서 운영기준 위반 시설로 판단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권익위 판단을 듣고 미칠 지경이다. 저 콘크리트 벽만 없었어도 9살, 15살 된 어린 조카들을 포함한 179명의 안타까운 희생은 없었을 것이다"고 토로했다.
유족들은 저마다 "참사 1주기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진상 규명이 멈춰버릴까 두렵다", "원하는 건 '진상 규명' 뿐이다. 국민들의 관심과 도움 없이는 진전이 없을 것 같다"고 말하며 한목소리로 관심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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