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 혐의'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 대표 2심서 "정당한 경영"

기사등록 2025/12/23 14:01:28 최종수정 2025/12/23 15:18:23

제작사 고가에 인수한 혐의로 기소

1심 김성수 전 대표에게 무죄 선고

재판부, 검찰 측 감정신청 등 기각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부실 드라마 제작사를 고가에 인수해 회사에 300억이 넘는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지난 9월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기일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5.09.30.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이소헌 기자 = 부실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고가에 인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 전 대표의 항소심 첫 재판에서 피고인 측과 검찰이 공방을 벌였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이승한)는 23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배임), 배임수재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대표 등 2명의 항소심 1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앞서 1심은 지난 9월 김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이준호 카카오엔터 전 투자전략부문장은 횡령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검찰 측이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2심 재판이 열리게 됐다.

양측은 바람픽쳐스의 인수가 정당한 경영 판단이었는지 여부와 기업 가치 산정을 위한 감정 평가 시행 여부 등을 두고 이견을 보였다.

검찰 측은 "바람픽쳐스는 이 전 부문장이 배우자 명의로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다"며 "인수 후에서야 실질적 운영을 시작해 경영상 필요로 인수했다고 보기 어렵고 이 전 부문장의 개인적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인수"라고 주장했다.

이어 "바람픽쳐스는 실체 없는 페이퍼컴퍼니로 주식 가치 평가, 업무 협약 등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피해회사 직원 다수가 진술한 바 있다"며 "이 사건은 60억원 이상 손해가 상당하다"고 했다.

김 전 대표 측은 정당한 경영 판단이었다고 주장하며 "피해회사 설립 전부터 카카오 본사 차원에서 기획된 것으로 경영상 필요로 인수가 추진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전 대표 측은 "검찰 측은 바람픽쳐스 인수와 관련해 경영상 필요를 판단 기준으로 사무실이나 직원 등 외형을 갖췄는지 따지고 있는데 이는 드라마 제작사 특성과 실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또 "바람픽쳐스는 기대에 부응해 피해회사에 최고 매출을 내는 회사로 거듭났고 검찰 주장과 달리 바람픽쳐스 측은 피고인의 설득으로 저렴하게 매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바람픽쳐스의 객관적 기업 가치를 확인할 만한 자료가 없다며 배임 혐의에 대한 손해액 특정을 위해 재판부에 감정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 당시 기업 가치를 평가했던 회계사를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했다.

이에 김 전 대표 측은 "1심부터 재판부가 검사에게 의견 제출, 감정신청, 공소장 변경 기회 등을 수없이 줬는데도 검찰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는데, 이런 경과를 볼 때 불허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감정가를 산정하고 그것을 기초로 해서 차액을 두고 손해액으로 확정할 수 있을까 매우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2심은 "1심에서부터 손해액 문제가 쟁점이 됐는데 마지막 단계에서 감정 신청을 했고, 항소심에서 다시 감정을 하고 그 결과로 손해액을 확정하겠다고 하면 사후에 감정가를 가지고 배임 혐의 여부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적절한 방법은 아닌 것 같다"며 검찰의 증인신청과 감정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배임수증재죄와 관련해서도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도 "두 피고인 측 설명도 그다지 설득력이 없어서 피고인 측에서도 재판부를 설득할 만한 이유와 자료를 준비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오는 1월 20일 오전에 이들의 속행 공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20년 이 전 부문장이 실소유하던 드라마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카카오엔터가 고가에 인수하도록 공모해 회사에 319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전 부문장이 회사 매각을 대가로 319억원 상당의 이익을 취하고, 김 전 대표는 이 전 부문장으로부터 12억5646만원을 수수했다고 파악했다.

바람픽쳐스는 2017년 2월 설립된 후 약 3년간 매출이 없었는데 이들은 2019년 4∼9월 인수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바람픽쳐스에 드라마 기획개발비 및 대여금 등 명목으로 337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위 자금 중 일부를 사용해 바람픽쳐스는 김은희 작가와 장항준 감독 등을 영입했고, 이 전 부문장이 실소유주임을 숨긴 채 한 사모펀드 운용사에 400억원에 인수된 뒤 같은 금액으로 카카오엔터에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문장은 범죄수익으로 고가 아파트와 골드바 등을 구입했으며, 김 전 대표에게 자신 명의의 통장과 체크카드 등 총 18억원을 건넨 것으로도 조사됐다.

당시 1심 재판부는 김 전 대표에 대해 "인수한 행위 자체로 피해회사(카카오엔터)에 손해를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며 "공소사실은 피고인들이 매매 차익을 나눠 가질 목적으로 임무를 위배했다는 것이므로 이 돈의 수수 행위가 따로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어 범죄의 관한 증명이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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