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사기 등 혐의 1심 확정된 피고인 판결 파기
소재불명 상태로 1심서 반년 지나…재판 진행돼
2심 선고·상고기간 지난 후에야 "몰랐다"고 항변
검찰이나 법원이 피고인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한 채로 특례 조항에 따라 재판을 진행했으나 뒤늦게 피고인이 재심을 청구하면서 심리가 다시 이뤄지게 됐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30대 피고인 A씨에 대해 징역 1년을 확정했던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 보내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했다.
당초 A씨는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의 지시에 따라 마치 카드사 직원인 것처럼 행세하며 피해자들에게 자금을 뜯어 낸 '수거책'으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졌다.
A씨가 지난 2021년 8월 위조한 대출금 상환 확인서를 보여주며 대출을 바꿀 때 내는 대환금의 명목으로 5명에게 총 5500여만원을 교부 받았다는 혐의다.
그런데 A씨는 1심 재판 내내 법원에 나오지 않았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형사 재판에서는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공판을 열지 못한다.
A씨의 소재를 알 수 없어 반드시 전달 받아야 하는 공소장 부본과 공판기일 소환장이 전달되지 않았고, 법원에 송달불능보고서가 접수된 지 반년이 넘었다.
결국 1심은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 또는 금고형에 해당하지 않는 사건은 관련 절차를 거쳐 피고인 진술 없이 재판을 할 수 있도록 한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소송촉진법)'에 따라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법에 따라 A씨에게 전달돼야만 하는 공소장 부본과 공판기일 소환장은 공시송달로 처리했다. 법원 게시판에 '서류를 보관중이니 언제라도 받으러 오라'는 공고를 게시하고 다음 공판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다.
A씨는 2심 재판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다. 1심과 비슷한 절차가 반복됐고, 의정부지법 2심은 1년 5개월여가 지난 올해 7월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법에 정해진 시한인 7일이 지날 때까지 상고하지 않았다. 이런 경우에는 형이 그대로 확정된다.
그런데 A씨는 그제서야 자신이 재판에 넘겨진 사실을 알았다면서 2심을 심리했던 의정부지법에 상소권회복을 청구하면서 대법원 상고장을 제출했다.
상소권회복 청구는 형사소송법에 근거한 절차다. 상소(항고 및 상고)를 제기할 수 있는 자가 자신이나 대리인의 고의·과실이 아닌 이유로 상소를 하지 못한 경우 원심법원에 상소권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
소송촉진법도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 고의나 과실 등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공판에 출석하지 못한 사람은 14일 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대법은 "다시 공소장 부본 등을 송달하는 등 새로 소송절차를 진행한 다음 새로운 심리 결과에 따라 다시 판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서류 송달부터 정식 절차대로 다시 하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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