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암 최초 FRα표적 ADC 신약 '엘라히어' 허가
백금저항 난소암서 10년만에 새 기전 신약 등장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치료 선택지가 현저히 부족한 '백금 저항성 난소암' 치료에 최초의 난소암 ADC(항체-약물 접합체) 신약이 등장해, 치료 지형에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2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백금 저항성 난소암 치료 분야에서 10년 만에 새로운 작용기전의 신약이 국내에 상륙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은 한국애브비의 난소암 ADC 신약 '엘라히어'(성분명 미르베툭시맙 소라브탄신)가 그것이다. 이전에 1~3가지 전신요법을 받은 적 있고, 엽산 수용체 알파(FRα) 양성이면서 백금기반 화학요법에 저항성 있는 고등급 장액성 상피성 난소암, 난관암 또는 원발성 복막암 성인 환자에 쓸 수 있도록 승인됐다.
엘라히어는 작년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정식 허가를 받았다. 같은 해 11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승인도 받았다.
엘라히어는 FRα 양성인 난소암 치료에 최초이자 유일하게 승인된 ADC다. 암의 성장, 전이, 치료 저항성 등에 영향을 미치는 단백질인 엽산-수용체 알파(FRα)를 표적한다. 종양 세포 표면 FRα 수용체에 결합해 강력한 세포독성 물질을 방출해 암세포를 사멸하고, 주변 암세포까지 제거하는 기전으로 백금 저항성 난소암 치료에서 처음으로 유의미한 전체 생존 개선이 관찰됐다.
진행성 난소암 환자의 1차 치료는 수술과 백금 기반 항암제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첫 치료 후 70%의 환자가 재발을 경험한다. 치료를 반복할수록 백금계 약물에 내성이 생기는 악순환이 있었다. 5명 중 1명은 백금 기반 치료 후 6개월 내 재발하는 '백금 저항성 난소암'으로 발전한다.
백금 저항성 난소암 환자는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선행 치료에 따라 전신 상태가 취약한 경우가 많다.
3상 임상연구 결과, 엘라히어는 FRα 양성이면서 이전에 최대 3가지 치료 경험이 있는 백금 저항성 난소암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 표준요법인 비(非) 백금 항암화학요법과 비교해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35% 줄였다.
엘라히어 치료군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5.62개월로, 대조군의 3.98개월 대비 개선됐다. 객관적 반응률 역시 42.3%로 대조군(15.9%)과 비교해 유의미하게 높았다. 엘라히어 치료군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16.46개월인 반면 대조군은 12.75개월로 나타나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였다. 사망 위험 또한 33% 감소했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 NCCN 가이드라인은 FRα 양성 백금 저항성 난소암 환자의 치료로 엘라히어를 선호요법이자 카테고리1로 권고했다. 국내 대한부인종양학회도 가이드라인을 통해 가장 높은 근거 수준(Level I)과 권고 등급(Grade A)으로 엘라히어 치료를 권고했다.
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김재원 교수는 "백금 저항성 난소암은 치료 선택지가 현저히 부족해 혁신적인 치료제가 절실한 상황이었다"며 "이번 허가는 백금 저항성 난소암 치료에서 약 10년 만에 이뤄진 진전이다. 엘라히어는 백금 저항성 환자 대상으로 국내에서 처음 허가되는 바이오마커 기반의 ADC 약제로, 새로운 치료옵션으로 높은 기대감을 가진다"고 말했다.
이어 "3상 연구를 통해 FRα 양성 환자에서 무진행 생존기간의 연장 뿐 아니라 전체 생존율 개선을 입증했다"며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대조군과의 전체 생존 곡선 차이가 점차 벌어지며, 치료 효과가 장기간 지속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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