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오, 위트코프 일정 사후 파악"
루비오, 해석 부인 "독자 행동 없다"
전문가 "다른 악보 보고 있어" 우려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쟁 담당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가 정식 외교라인 최고 당국자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배제한 독자 협상을 수차례 시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NBC는 22일(현지 시간) 10여명의 전·현직 미국·유럽 관료를 인터뷰한 내용을 기반으로 내보낸 '갑작스러운 출장과 허술한 보안: 위트코프와 루비오의 상반된 외교' 기사에서 이같이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포기를 전제한 빠른 종전을 추구하는 위트코프 특사가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과 러시아 압박을 지지하는 루비오 장관을 불편하게 여겼다는 취지다.
보도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지난달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와의 종전안 협상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하기 전, 위트코프 특사가 별도 통지 없이 먼저 출국한 사실을 알게 됐다.
익명의 소식통 3명은 이에 대해 "루비오 장관보다 먼저 협상을 시작하려는 의도였다"며 "루비오 장관도 곧바로 제네바에 도착하면서, 특사가 장관 없이 우크라이나와 접촉하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위트코프는 제네바 협상 이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미국-우크라이나 2차 협상도 국무부를 배제한 채 일정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루비오 장관은 우크라이나 측이 국무부에 문의하고 나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며 "루비오는 분명 이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됐다"고 회고했다.
루비오 장관은 지난 4월 프랑스 파리 방문 당시에도 위트코프 특사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독대 일정을 잡아뒀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루비오 장관은 즉시 위트코프 특사에게 자신도 동석하겠다고 요청하려고 했지만 상당 시간 동안 연락이 닿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루비오 장관과 위트코프 특사는 협상 외적으로도 보안 유지 문제를 두고 갈등을 벌였다.
위트코프 특사는 공무상 쓸 수 있는 정부 전용기가 있음에도 자신이 원래 타던 사제 전용기를 이용하고 있다.
그러자 국무부는 위트코프 특사 전용기에 외국 도·감청 시도를 차단할 수 있는 수준의 통신보안 설비를 제공했지만, 위트코프 특사가 이를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NBC는 짚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루비오 장관과 위트코프 특사가 반목하고 있다는 해석을 전면 부인했다.
루비오 장관은 지난 19일 "위트코프는 매우 똑똑하며 재응이 뛰어난 대단한 인물"이라며 "누구도 독자적으로 행동하고 있지 않으며, 모든 것은 강하게 조율되고 있다"고 말했다. 토미 피곳 국무부 대변인도 "장관과 특사는 긴밀한 협력 관계이자 친구이며, 대통령 목표에 완전히 뜻을 함께한다"고 강조했다.
애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은 "위트코프 특사는 국가안보회의(NSC) 및 백악관과 조율하며 매주 여러 차례 보안 통화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존 허브스트 전 주(駐)우크라이나 미국대사는 "위트코프는 루비오의 러시아 인식이 자신과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안다"며 "자신은 대통령과 가깝기 때문에 자기 뜻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駐)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미국대사도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악보를 보고 노래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공통 인식이 없다면 좋은 협상 결과가 나올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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